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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파리로 간다
2003-08-18

비할리우드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은 당연한 행보로 간주된다. 개런티는 둘째치고, 미국영화만이 제공할 수 있는 대규모 배급망은 월드 스타로 가는 유일한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는? 8월10일치 <LA타임스>는 클로에 셰비니, 제레미 아이언스(사진), 북구 출신이지만 할리우드에서 영어로 활동해온 코니 닐슨의 프랑스영화 캐스팅을 계기로 영어권 배우들의 프랑스 진출 사례를 살폈다. 클로에 셰비니와 코니 닐슨이 출연하는 영화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데몬러버>. 영어와 프랑스어 대사가 나란히 쓰이는 작품이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출연작은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레이디스 앤 젠틀맨>으로, 아이언스로서는 <스완의 사랑>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은 세 번째 프랑스어 연기다.

이방인 배우에 대한 프랑스 대중의 환대는 유서깊다. 독일계 로미 슈나이더를 비롯해 이탈리아 출신의 모니카 벨루치, 스폐인 출신 세르지 로페즈는 프랑스 최고의 스타다.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조디 포스터, 샬롯 램플링, 몰리 링월드, 심지어 프랑스어가 완벽치 않은 존 말코비치 등이 1970년대 이후 프랑스영화에서 일했다. 세르주 갱스부르와 결혼해 35년간 프랑스에서 산 제인 바킨은 프랑스 대중이 이방 악센트가 있는 프랑스어를 말하는 외국인에 관대할 뿐 아니라 열광한다고 말한다. 영어권 배우를 줄곧 기용해온 프랑수아 오종 감독 역시 “낯선 악센트가 서린 언어는 낯선 세계로의 진입과 관찰의 거리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예찬한다. 미국에서는 제한 개봉되거나 아예 사장될 수도 있는 프랑스영화에 영어권 배우들이 흔쾌히 출연하는 데에는, ‘예술영화’에 대한 갈증과 더불어 이같은 프랑스 영화계와 대중의 개방적 태도가 큰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