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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위밍 풀> 감독 프랑수아 오종
2003-08-12

프랑수아 오종(36)은 국내에 개봉한 영화가 없음에도 소수의 열혈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감독이다. 지난해 10월 예술영화 전용관 ‘하이퍼텍 나다’가 주최한 오종 영화제는 애초 2주 예정이었으나 매진사례가 잇따라 두 달로 연장하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근친상간·동성애 등 사회의 금기를 깨뜨려 프랑스의 ‘악동’으로 불리는 오종은 뜻밖에 섬세한 구석이 많아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오종의 이 국내에 수입됐으나 개봉이 미뤄지면서, 다음 영화 <스위밍 풀>이 그의 첫 국내 개봉작이 됐다(22일 개봉).

오종은 지난 98년 장편 <시트콤>으로 데뷔한 뒤 센세이셔널리즘을 위한 상업적 감독이라는 반대진영도 적잖게 만들어냈지만, 2000년작 <사랑의 추억> 이후 인간 심리를 능숙하게 꿰뚫는 연출로 프랑스에서 상업적 능력과 예술적 야망을 겸비한 유일한 스타감독으로 떠올랐다. 에선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엠마누엘 베아르 등 프랑스 최고의 여자 스타 8명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그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를 짐작케 했다. 추리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테리물 <스위밍 풀>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그에게 처음으로 레드 카펫을 밟게 한 작품. 아무 상도 받지 못했지만 기자회견장이나 레드 카펫 주위의 인기는 가히 영화제 최고라 부를 만했다. 칸에서의 기자회견과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 <스위밍 풀>의 첫 아이디어는 에 이어 또 갇힌 공간인데

= 을 끝내고 적은 숫자의 캐릭터들이 나오는, 좀더 친밀하고 단순한 영화를 찍고 싶어졌다. 찍는 것의 즐거움 자체를 재발견하는 영화랄까. (<스위밍 풀>의 여자 추리 소설가 ‘사라’역으로) 자연스럽게 친숙한 샬롯 램플링을 떠올렸다(램플링은 70년대 도발적 섹시함의 상징이었으나 슬럼프를 겪다가 오종의 <사랑의 추억>으로 눈부신 재기를 했다). 상대역은 원래 남자였지만 에서 뤼디빈 사니에르에게 워낙 ‘톰보이’같은 역할을 시켜 미안하기도 하고, 섹시한 ‘창녀’같은 이미지 역할을 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남성보다는 여성의 심리에 관심많기도 하니까…. 갇힌 공간을 선택한 건 내가 마치 동물을 관찰하는 과학자처럼 인물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인공이 추리소설작가인데, 문학이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이 얘긴 소설가뿐 아니라 화가, 감독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이다. 결국 창작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영화의 영감을 어디서 받나’라는 질문을 받으며 감독으로서의 나를 분석하기보다 ‘사라’의 캐릭터에 날 투영해보자 생각했다. 어디서 작가들은 영감을 받나, 허구와 실재의 관계는 무얼까 등등. 영화 속에서 사라의 소설이 완성되어 나가는 것과 맞춰 모든 것이 변한다. 사라의 모습은 (뤼디빈 사니에르가 연기한) ‘줄리’의 영향을 받아 훨씬 여자답고 섹시해지고, 음악 또한 추상적이며 단순한 선율에서 구체적으로 발전한다.

- 사라의 모델이 된 작가들이 있다면

=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루스 렌델·피디 제임스 같은 영국의 여류 추리소설작가를 참고했다. 그들은 굉장히 특이하다. 자신의 세계에 폐쇄돼 있고 남성적이고…. 루스 렌델에게 혹시 영화 속 사라가 쓰는 소설을 써주겠느냐고 시나리오를 보냈더니 자신에게 영화를 소설화해달라는 걸로 오해하고 “그것 말고도 내겐 쓸 거리가 많다”고 쌀쌀맞게 대답해왔더라. 사라의 성격과 정말 똑같지 않나!

- 마지막 장면이 사실인지, 사라의 환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당신 생각은

= 감독으로서 난 허구도 실제처럼 보이길, 그 둘이 동등해 보이길 원했다. 창작의 과정이란 단순한 게 아니다. 영화를 찍을 때를 가정해보자. 처음엔 주인공들과 자신을 구분하지만 곧 인물들처럼 생각하고 느끼는 당신을 발견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가 무엇이 현실과 팬터지를 구분시키는가 난 한번도 마지막 장면이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생각해본 적 없다. 이 영화의 주제는 살인사건이 아니다. 두 여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즐기길 바란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사진 정진환 <씨네21> 기자 jung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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