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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통합전산망 표류끝나나
2003-08-07

영진위의 시스템 구축용역 체결로 전망 밝아져

2001년 초 명필름은 <공동경비구역JSA>가 <쉬리>를 제치고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뒤늦게 <쉬리>의 제작사인 강제규필름은 영화인회의와 영화제작가협회에 기록 확인을 요청해 이를 정정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 논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월요일 아침이면 배급사마다 자신의 영화가 전국관객 동원에서 앞섰다고 주장하며 논쟁을 벌인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극장 입구에는 배급사가 파견한 `입회인'이 있다. 관객이 얼마나 드는지, 혹시 입장권을 찢지 않고 다시 팔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이 비용만도 한 달에 수억원에 이른다.

2001년 4월부터 배급사들이 밝힌 관객 수를 집계해 박스오피스 순위를 발표해오던 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는 지난 2월 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른 배급사들의 관객 수치를 믿지 못한 일부 배급사가 자료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코미디'를 올 연말이면 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우리도 유럽 각국이나 미국, 일본, 홍콩처럼 주말 극장가의 흥행 수입을 일요일 밤에 곧바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6일 LG CNS와 `영화 입장권 통합전산망 시스템 구축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영진위는 오는 11월 초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뒤 1개월 간의 시험 운영을 거쳐 연말부터 정식으로 통합전산망을 운영하겠다고 7일 밝혔다.

영화관의 통합전산망 구축은 영화계의 오랜 숙제였다. 제작사나 배급사들은 자신의 영화에 관객이 얼마나 드는지 정확히 알아야 효과적인 기획과 마케팅 활동을 벌일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자료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영화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공인된 자료가 누적돼 있지 않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내 영화를 과연 몇 사람이나 봤는지 궁금해 못견디겠다"는 감독들의 푸념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IT(정보기술) 강국이자 문화산업 대국이라는 우리나라 영화계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그동안 영화계에는 배급사와의 분배금액뿐 아니라 문예진흥기금이나 세금을 줄이기 위해 극장측이 정확한 관객 숫자를 감추려 한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방 소도시 업자에게 배급권을 넘기는 `단매' 지역의 관객 통계이다. 이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어서 배급사 사이에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영진위가 서울지역만 기준으로 월별, 분기별 통계를 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통합전산망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6년. 그러나 출발부터 순탄치 않은 과정을 예고했다. 9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재승 의원은 문예진흥원의 통합전산망 시범사업자 선정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티켓링크)에 유리하도록 투자규모나 목표수치 등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99년 우여곡절 끝에 티켓링크가 3년간 시범사업자로 선정됐으나 `특정업체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자율경쟁에 위배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저스트커뮤니케이션과 CJ빌리지 등도 전산망업체로 인정받았다.

2000년 통합전산망 구축사업의 주체가 민간기구로 출범한 영화진흥위원회로 바뀐 뒤에도 사업자와 관련단체간의 입장이 엇갈려 논란과 표류는 계속됐다. 2002년 4월에는 영화인회의가 문화관광부와 영진위를 상대로 특정업체 편들기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고 문화부와 영진위도 반박성명을 내는 등 혼전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다.

영진위는 2기 출범과 함께 특정업체의 의도에 따라 통합전산망 자체가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지난해 6월 영화진흥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통합전산망의 운영 주체를 영진위로 못박았으며 입찰을 거쳐 지난 5월 LG CNS를 시스템 구축 용역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티켓링크는 우선 예약자의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며 계약체결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지난 7월 25일 법원은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표준전산망과 통합전산망의 성격이 다르고 티켓링크 측의 귀책사유로 통합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불가능하게 된 점이 인정된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아직도 걸림돌이 많이 남아 있다. 우선 티켓링크가 그동안의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는 데다가 극장 측의 협조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도 통합전산망 운영위원회에는 극장 관계자가 불참하고 있는 상태다.

주먹구구식 통계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중소도시 극장을 끌어들일 유인책도 부족하다.현재 통합전산망 가입에 따른 혜택은 스크린쿼터 감경조항(20일)이 유일하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연간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146일 가운데 성수기에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경우에는 하루를 3분의 5일로 계산해주고 문화부 장관이 한국영화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시ㆍ군 지역의 상영관에 대해서는 40일 범위 안에서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연간 106일 미만으로는 줄일 수 없도록 돼 있어 실제로 중소도시 극장들은 통합전산망 가입에 따른 스크린쿼터 감경 규정이 별 도움이 안되는 실정이다.

이춘성 영진위 국내진흥부 3팀장은 "군소극장의 전산시스템 도입 등을 위한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서 "통합전산망이 하루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효과적인 대책을 다각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