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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거 마릴린 먼로 필름이잖아
2003-08-05

1954년 한국 위문공연 2분짜리, 미군기지서 낡은 무성필름 발견

한국전쟁 휴전 50주년을 맞아 미국 신문들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들의 근황을 특집으로 소개하는 등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는 가운데 1954년 한국에 위문공연을 왔던 마릴린 먼로가 몰래카메라에 포착된 2분짜리 무성필름이 발견돼 화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8월3일치에 실린 “한국 비를 맞으며 노래하는 마릴린 먼로”라는 기사에서 최근 중부 캘리포니아의 파소 로블스에 위치한 미군기지인 캠프 로버츠에 수십년간 버려져 있던 낡은 트렁크 속에서 한국의 마릴린 먼로를 찍은 16㎜ 흑백 무성필름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마릴린 먼로의 한국공연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지난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등 공개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필름은 마릴린 먼로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찍힌 유일한 동영상이란 점에서 높은 연구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필름을 발견한 사람은 캠프 로버츠의 사진사인 프랑코 페데리치. 올해 51살인 페데리치는 최근 지역 텔레비전 방송이 캠프 로버츠의 역사를 특집으로 다루려 하자 영사기를 빌려 트렁크에 들어있던 10여개의 필름들을 처음 틀었다고 한다. 첫번 째 돌린 필름에서 곧바로 마릴린 먼로가 헬리콥터에서 내리는 장면이 나와 깜짝 놀랬다는 것. 처음엔 로버츠 캠프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했지만 뒷배경에 눈이 쌓여있어 캘리포니아는 아닌 것이 확실해 군인들의 군복을 조사한 결과 1954년 한국공연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마릴린 먼로는 한창 인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던 시기였으며 한국공연 때 군인들이 거의 난동에 가까울 만큼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자신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털어놓곤 했다. 먼로는 “한국은 내게 일어난 최고의 사건”이라며 “그때처럼 내가 스타임을 가슴으로 느낀 적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탱크를 탄 먼로, 그리고 비를 맞으며 노래하고 춤추는 먼로가 담긴 이 2분짜리 필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요한 역사적 유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먼로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자의식이 강해 집밖으로 나갈 때는 몇시간씩 화장에 공을 들이고 사진을 찍거나 할 때는 조심스럽게 자신을 연출했기 때문에, 자연스런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먼로가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찍힌 이번 필름이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 필름을 누가 찍었으며, 어떻게 버려진 트렁크 속에 담겨있게 되었는지는 아직 수수께끼. 페데리치는 캠프 로버츠가 한국전 참전 군인들의 훈련장소였고, 또 할리우드와 깊은 연관을 가졌다는 점을 토대로 추적해갈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캠프 로버츠 출신 사병이 캠프의 카메라를 빌려 먼로의 모습을 찍은 후 현상을 위해 일본으로 필름을 보냈고, 그 필름이 도착하기 전 전사해 캠프 로버츠로 운구됐거나 아니면 필름을 받아 사물함에 던져넣은 후 잊어버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이남·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