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는 1위, 실제로는 4위?" 관람영화 선택에서 북미 박스오피스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팬 A씨. 신문 보도를 통해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소식을 접한 그는 영화 전문지에 실린 <툼레이더2>의 광고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보도 내용과 광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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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얼빠진 영등위 영화광고심의
2003-08-04

북미 박스오피스 4위를 1위로 잘못 통과시켜

"<툼레이더2> 광고에서는 1위, 실제로는 4위?" 관람영화 선택에서 북미 박스오피스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팬 A씨. 신문 보도를 통해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소식을 접한 그는 영화 전문지에 실린 <툼레이더2>의 광고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보도 내용과 광고 내용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A씨가 본 기사에 따르면 그 주 1위를 차지한 영화는 3천2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스파이 키즈 3D:게임오버>(Spy Kids 3-D: Game Over).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툼레이더2>는 2천180만 달러의 성적으로 <캐리비안의 해적>, <나쁜녀석들2>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 7월 29일자 영화 전문지들의 영화 광고에는 첫 줄에 '전미 박스오피스 1위(7월25~27)'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명백히 잘못된 내용의 문구가 버젓이 광고에 실리게 된 것은 화요일을 발행일로 하는 영화지의 광고 마감시간이 전주 금요일이었기 때문. 미국과 한국의 개봉 날짜가 1주일밖에 안돼 홍보 기간이 촉박하다고 판단한 홍보사는 이 영화가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넘겨 짚어 이같은 내용의 광고 문구를 영화 광고의 심의기구인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 넘겼다.

이 영화의 홍보와 마케팅을 맡고 있는 알 앤 아이 애드벌룬의 관계자는 "미국 내 예매 상황과 흥행 예상치 등을 지켜볼 때 1위가 확실해 보여 욕심을 부렸다"며 "문제의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광고안까지 두 가지를 준비해 심의 반려에 대비했으나 통과가 돼 광고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잡지사에 광고가 넘어간 날짜는 26일. 그러나 심의는 26일 이전에 통과했다. 영등위는 광고 문구에 들어 있는 '25~27일'보다 앞선 날짜에 심의해 OK를 내린 셈이다.

광고로 입은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워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이 직접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명백한 허위 광고다. 1999년 제정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제3조에서 부당한 표시와 광고를 금하고 있다.

영등위의 민병준 영화부장은 이에 대해 "심의 물량이 많은 반면 인력은 부족해 일일이 광고 문구에 대한 사실입증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영화사들이 인쇄소에 심의 신청을 대행하면서 광고 문구에 대한 증빙서류 제출 등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영화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외화의 현지개봉과 국내 개봉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예전보다 좁혀져 해외 박스오피스 결과를 넣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영화 광고 심의에서 영등위가 선정성이나 폭력성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만 정보의 사실 여부 확인은 소홀히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영등위의 광고 심의는 예비 심사와 위원 9명이 참여하는 소위원회 심의 등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