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 배가르고, 쿠바 판자촌 싹쓸어버리고...
올해엔 몇년 만에 돌아온 놈들이 참 많다. 네오(<매트릭스>)부터 천사들(<미녀삼총사>), T-800(<터미네이터>), 라라(<툼 레이더>),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녀석들이 이놈들이다. 나쁜 녀석들. <나쁜 녀석들2>는 8년 전 감독 마이클 베이와 주연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를 대스타로 만든 버디영화의 속편이다. 올해 나온 속편들이 어느정도 수준을 유지했듯 이 영화도 볼거리 많은 액션 버디 영화로는 빠지지 않는다. 근데 미국에선 이 영화의 폭력성이 꽤 논란이 된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번 영화에선 시체의 배를 갈라 마약을 찾다가 심장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나온다. 둘의 수다로 일관하다 한참이 지나야 총을 빼들던 1편과 달리 아예 2편에선 KKK단의 집회에 숨어들어 흰 옷을 벗어던지며 총질을 해대는 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마이애미의 이국적 풍광과 함께 진짜 건물들을 날려버리는 액션장면들도 실감난다.
사실 이런 액션보다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볼거리는 두 주연의 변함없는 입담이다. 무조건 차를 밟고 총부터 쏘아대는 마이크(윌 스미스)는 여전히 뺀질거리며 건들거리는 바람둥이고, 소심한 아저씨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커스(마틴 로렌스)는 약간 느리지만 할 말은 다 한다. 전자상가에서 모든 모니터에 둘이 떠드는 모습이 비춰지는데 게이로 오해받는 장면 같은 게 이 영화의 재미다. 이번엔 뉴욕 마약반 수사대인 마커스의 여동생 시드(가브리엘 유니온)가 이 떠벌이 경찰짝궁 사이에 끼어든다. 마커스 몰래 이 동생과 뉴욕에서부터 연애를 했던 마이크와 동생을 끔찍히 사랑하는 큰오빠 마커스는, 시드가 위험한 마이애미의 거물 마약사범을 추적하는 걸 알고 사건에 뛰어든다.
언뜻언뜻 비치는 동성애자에 대한 무시나, 백인을 조롱하는 듯하며 라틴 아메리카인들을 무시하는 교묘한 인종차별은 상업영화의 유머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더 빠르고 강하고 크다는 속편의 법칙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2편은 당혹스런 구석이 있다. 우선 2시간28분의 긴 러닝타임이다. 또하나는 후반부 쿠바로 날아가 여동생을 구출하는 작전의 뻔뻔스러움이다.(이 장면 직전에 영화가 끝난 줄 알고 일어날 수도 있다.) 아무리 볼거리 위주의 법칙에 충실했다 하더라도, 의리파 미국의 경찰들이 뭉쳐 헬기로 날아간 뒤 쿠바의 판자촌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 부시의 얼굴이 오락가락거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여기가 원래 마약의 제조원산지’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8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