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에 죽어서 전설이 된 사람들이 있다. 3J라고 불리는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이 바로 그들인데, 60년대 록음악을 절정으로 끌어올리고 찬란하게 산화해버린 이 전설의 인물들을 차치하고, 60년대 록음악을 거론하면서 자주 튀어나오는 이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에릭 클랩튼. 그의 초기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록(과 블루스)의 고전격인 음반들이 유니버설에서 재발매되었다(유니버설에서는 최근 마스터피스 시리즈를 통해, 그간 절판되어 구입하기 힘들었던 24장의 걸작 앨범들을 재발매했다).
60년대는 에릭 클랩튼이 솔로로 활동하던 시기가 아니었다. 그의 활동을 알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야드버즈, 블루스 브레이커스 위드 에릭 클랩튼, 블라인드 페이스, 데릭 앤 더 도미노스, 그리고 크림이라는 이름이다. 에릭 클랩튼은 각각의 밴드에서 한두장 정도의 앨범에만 참여했지만 매번 ‘슈퍼밴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70년대 초반, 약물중독으로 침체기를 보내던 그는 74년 로 화려하게 재기한다. 이번에는 야드버즈 시절의 활동을 제외하고 위에 언급한 각 밴드와 솔로 활동의 대표작 5장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사실, 백문(百文)이 불여일청(不如一聽)이다. 에릭 클랩튼뿐 아니라 드러머 짐 고든과 진저 베이커, 기타리스트 듀안 올맨, 스티브 윈우드 등 함께 참여한 아티스트들 또한 세기의 명연을 들려준다. 또한 음악 이외의 것을 둘러싼 흥미로운 일화들도 많은데, <Blind Faith> 앨범 재킷은 소녀가 남성 성기를 상징하는 물건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물의를 빚었다. <Layla and Other Assorted Love Songs>의 경우는 인상적인 표지그림과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70년 첫 발매 당시에는 거의 매장에 가까운 수난을 당했으나, 72년 재발매되었을 때는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했다. 또한 이 음반에 수록된 <Layla>는 에릭 클랩튼이 당시(그리고 불변의) 인기그룹인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의 아내 패티 해리슨을 사랑하는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한 곡으로, 나중에 그녀와 결혼(에 성공)한 뒤 에릭 클랩튼이 <Wonderful Tonight>를 불러 다시 메가히트를 기록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번에 재발매되는 또 다른 걸작들로는 앤디 워홀의 바나나 표지로 유명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글램 록의 시조격인 T. 렉스의 <Electric Warrior>, 미개봉작임에도 음악만으로 컬렉터 아이템이 된 <Arizona Dream> O.S.T, 그리고 사회적 문제의식이 강하게 녹아들어간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 등이 있다. 그간 비싼 수입 CD들마저 절판되어 구입에 애를 먹은 음악팬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다.이다혜 ariad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