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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범벅 누아르의 잉태,<슬립리스>
이다혜 2003-07-30

다리오 아르젠토, 지알로로 돌아오다! 아마도 70년대 이탈리아 호러에 열광했던 팬이라면 이 단 한 문장만으로도 당장 가슴이 뛸 것이다. 60년대 이탈리아에서 크게 유행했던 싸구려 펄프 소설을 일컫는 말인 ‘지알로’가 호러와 결합하는 순간, 그것은 심장이 멎는 듯한 아름다움으로 채색된 피범벅 누아르를 지칭하는 유사어에 다름 아니다. 대신 아르젠토는 ‘범인이 누구인가’나 ‘범인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는 전혀 관심없다. 아름다운 육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난도질당하는 방식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면서, 사지절단의 카니발을 어떻게 가장 인상적인 표현주의적 양식으로 드러낼 것인가에 골몰할 따름이다. 90년대 들어와 70, 80년대 같은 명성을 누리지 못한 채 잊혀져가는 듯했던 아르젠토의 신작 <슬립리스>는 그가 다시 초기 작품들의 ‘그 분위기’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지금은 한밤중, 난 침대에서 몸부림쳤네. 나와 짐승들과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지…’로 시작하는 자장가에서부터(가사는 감독의 딸이자 유명한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가 직접 썼다) 무시무시한 연쇄살인이 출발한다. 가장 민감하게 상처받기 쉬운 시기인 유아 시절로 거슬러가는 여행, 살인은 그렇게 은밀하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배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Sleepless, 2001년감독 다리오 아르젠토출연 막스 폰 시도, 스테파노 디오니시, 키아라 카셀리, 로베르토 지베티, 가브리엘 라비아장르 공포DVD 화면포맷 스탠더드 4:3, NTSC오디오 돌비디지털 5.1 & 2.0 서라운드출시사 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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