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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화장관 \"영화계 가장 큰 문제는 배급\"
2003-07-28

영화감독 출신의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은 다양성을 가로막는 배급 시스템을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장관은 최근 복간된 `계간 영화언어' 여름호에서 영화평론가 김성욱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산업에서 적절하게 대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객과 소통해야만 하는데 현재의 배급 시스템에서는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가 있더라도 관객을 극장으로 못오게 만들어버릴 뿐 아니라 마케팅 비용이 천문학적 숫자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은 대량생산이 아니라 대량복제여서 산업적 경쟁력은 결코 상대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가령 산업적 경쟁력이 51 대 49인 두 편의 영화가 있다고 할 때 극장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것을 선택하게 마련이어서 100 대 0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쿼터제 같은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면서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이나 대량 배급과 마케팅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것에 저항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세계적인 문제이며 대안 시장으로 영화제가 있지만 전체적인 규모에서 보자면 벼룩시장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장관은 "영화가 더 다양해지고 있고 비주류 영화에 대한 수요도 훨씬 늘었으나 볼 기회가 적고 비디오시장도 사라져 작은 시장을 겨냥한 영화들이 안나온다"면서 "이런 문제를 관객의 문제로 돌릴 것이 아니라 관객이 늘어나는 것을 어떤 낙관적인 전망으로 이끌어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영화 전반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영화가 리얼리즘의 전통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며 내 생각에는 한국영화나 문화예술의 그릇이 비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문학과 영화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독자는 미완인 채로 주어지는 문학작품을 읽으며 자기가 상상하고 의미를 부여해 빈자리를 채우고 완성시키는 반면 영화는 항상 완결된 채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대신 관객은 영화가 불완전하다고 느낀다"면서 "의미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보면 문자의 소산인데 나는 놀던 동네가 문학판이라서 그랬는지, 그렇게 성장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영화매체로 의미를 바라보고 영화에 의미를 심으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