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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츄럴 시티>로 다시 돌아온 한국의 스타일리스트 민병천
2003-07-25

한국 최초의 핵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 <유령>으로 진일보한 특수효과와 인상적인 비주얼을 보여줬던 민병천 감독이 마침내 <내츄럴 시티>를 두 번째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영화 <내츄럴 시티>는 2080년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사이보그와 그녀를 사랑하는 인간(사이보그 제거요원)과의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야기(멜로)를 기본 축으로 SF장르이다. 오는 9월 5일 개봉예정인 이 영화의 민병천 감독에게 직접 영화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유령> 이후 5년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왜 그토록 많은 시간이 걸렸는가?

-<유령>과 <고스트>를 끝내고 시나리오를 쓰는데 2년이 걸렸다. 그 후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1년 걸렸고, 촬영하는데 1년이 걸렸다. 여기에 후반 작업 기간을 더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아마 다음 작품도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물론 코미디나 드라마 위주의 영화를 찍는다면 그렇게 많은 시간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런 영화를 하고 싶지 않다. 아마 다음 작품도 대작이 될 것이고, 마찬가지로 시나리오 2년, 프리프로덕션 1년, 촬영 1년, 후반작업 1년, 총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웃음) 이건 영화를 위한 기본적인 작업기간이다.

<내츄럴 시티>를 처음 구상한 것은 언제인가?

-<내츄럴 시티>를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유령>을 끝낸 직후다. <유령>을 끝낸 후 드라마 <고스트>를 작업했고, 드라마 작업이 끝나자 마자 <내츄럴 시티>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처음 구상한 것은 4년 정도 된다. 그 당시는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을 시나리오로 옮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제작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2년 전 튜브의 김승범 대표를 만나고 난 후 작품의 진행이 급진전 되었다. 한시간 가량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김승범 대표는 곧바로 투자를 결정했고, 주연배우 유지태도 캐스팅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초고가 나온 후 그 동안 시나리오만 200고 수정하였다.

<내츄럴 시티>는 무엇에 관한 영화인가?

-<내츄럴 시티>는 사랑이야기다. 그렇다고 평범한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사랑이야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내츄럴 시티>는 끝을 앞둔 사랑이야기다. 그러니까 사랑의 시작이나 사랑의 절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막 종착점을 향해 치닫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 끝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계기가 있는가?

-몇 해전 개인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가 있었다.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내게는 매우 힘든 시기였다.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그때 애완견을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그 녀석이 그만 죽고 말았다. 그 당시 슬픔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녀석이 죽고 난후 일주일가량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을 정도이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여있었는지, 또 비록 작은 애완견이지만 그 녀석에게 얼마나 많은 위안을 얻고 있었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그때 느낀 감정이 <내츄럴 시티>의 사랑이야기로 발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SF인가?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개인적으로 SF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이 장르를 택한 이유는 아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즉 '끝을 앞둔 사랑이야기'와 SF라는 장르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SF를 택한 것이다. 주제와 장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논쟁처럼 가리기 힘든 문제다. 나는 단지 멜로적 감성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SF를 택했을 뿐이다. 사실 SF를 가장 일상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가장 정직한 드라마가 받쳐줘야 한다. <내츄럴 시티>의 드라마는 멜로의 가장 기본적인 삼각관계로부터 출발한다.

민병천이라는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비주얼'이다. <내츄럴 시티>에서는 시각적 이미지를 위해 어떠한 시도를 하였는가?

-그 꼬리표는 내게 결코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네 영화는 그림이 좋다'라고 말하면 '네 영화는 드라마가 없다'라는 소리로 들린다. 미술을 공부한 나의 출신성분 때문인지 그 꼬리표는 내게 늘 콤플렉스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내츄럴 시티>에서는 '그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좀 심하게 말하면 막 찍었다. 내가 신경 쓴 것은 감정이다. 그래서 사전콘티를 버리고 연기자와 캐릭터의 감정선을 잡는 데 주력한 것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그림쟁이 출신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비주얼에 대해 신경을 쓴 것 같다. 러쉬를 봐도 비주얼이 가장 도드라진다^^. 하지만 결코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서기 2080년의 미래배경을 잡은 기준과 모습은?

-2001년 당시의 내가 원하는 미래를 담았다. 과학적 검증이나 미래학자의 예측 같은 것은 무시하고 단지 내가 바라는 서울의 미래모습을 담았다. 배낭여행을 좋아해서 외국에 자주 가는데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서울은 전세계에서 가장 개성 없는 도시 같았다. 도시계획도 없고 특성도 없는. 내가 만약 2080년의 도시계획을 한다면 이렇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예를 들면 모든 건물에 황룡사석탑 같은 기와지붕을 얹었다. 기능에 따라 만든 사이보그가 인간만큼이나 흔한 세상. 하늘을 나는 자동차, 거대한 우주선, 첨단과 복고가 뒤섞인 이국적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미래 도시….이것이 내가 <내츄럴 시티>를 통해 그리고싶은 2080년의 미래도시이다.

100% 디지털 작업으로 후반작업을 했다던데, 염두에 둔 CG의 컨셉은?

-기존의 SF들인 <스타워즈><에이리언><블레이드 러너><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들은 일단 보면서 이게 영화라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미술이나 세트 등이 일단 리얼리티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내츄럴 시티>의 배경은 2080년인데 이 영화는 그 시대를 다큐멘터리처럼 펼쳐놓고 있다. 대단히 화려하지 않고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으로. 그래서 CG도 너무 튀지 않는 방향으로 잡았다. <유령>때 '드라이 포 웨트' 기법으로 해저느낌을 만들었다면, 이번엔 100% 디지털작업으로 후반작업을 하며 필름감도를 조절하면서 톤이 일정하고 자연스런 화면으로 만들어냈다.

할리우드 SF 영화와의 차별화 전략은?

-기술적으로나, 물량으로나, 시스템의 환경으로나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SF물을 따라갈 수 없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내츄럴 시티>는 그들과 분명히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방법은 아이디어다. 우선 기술적인 면에서는 욕심을 벌이기로 했다. <내츄럴 시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욕심이 앞선 나머지 이것저것을 계획했는데, 촬영이 시작되고 이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힘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우선 기술적 노하우가 들어가는 장면을 최소화하고 정말 중요한 부분에 힘을 싣기로 했다. <내츄럴 시티>를 찍기 위해, 나노기술이나 생명공학에 대한 공부를 꽤 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이론적인 측면을 동양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나로서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사랑'이다! 할리우드 SF물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내츄럴 시티>에는 담겨있다. 아마 할리우드 사람들이 <내츄럴 시티>를 본다면 "참 희한한 영화다"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자료제공=영화방, 인터넷 컨텐츠팀 정리 cine21@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