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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운용 두고 제작자-투자사간 갈등
이영진 2003-07-24

투명한 자금집행 필요하다

한 영화의 권리를 두고 투자사와 제작사 사이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충무로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해당 영화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제작자의 횡령에 따른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일부 영화인들은 이번 사태가 불거질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파장을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제작자 A씨는 투자사이자 공동제작사인 ㄱ사의 대표 B씨와 이사 C씨를 상대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데 이어 지난 7월16일에는 서울지방법원에 해당 영화의 제작 및 상영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한편, 투자사 ㄱ사 또한 이에 대한 대응으로 A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맞고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인인 제작자 A씨가 제시한 사건 경위서에 따르면, ㄱ사가 의도적으로 제작에 있어 자신의 권리를 강제적으로 박탈했다고 적고 있다. 그는 투자사가 “스탭들을 협박하여” 제작비의 영수증 과대계상 사실을 밝혀낸 다음, 자신에게 “횡령사실을 고소하고 영화계에서 매장시키겠다”면서 “자신을 감금하여 지분을 포기하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끔 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자신과 제작 스탭들의 제작비 용도외 사용과 관련하여 “영화제작이 처음이라 미숙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포스터에 투자사 단독 제작으로 크레딧을 올리는 등 “제작 권리 자체를 송두리째 빼앗은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투자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스탭들을 협박했다는 부분과 관련하여, “촬영이 40% 진행되었을 무렵부터 현장에서 제작사에 대한 원성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후 감독과 제작 스탭들로부터 세트 및 인력비, 식대 등의 일부를 A씨가 가로챘다고 들었다”면서 “실사 작업을 통해 횡령사실을 확인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려 했으나 스탭들이 촬영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만류해서 참았다”고 말했다. 강제적으로 각서를 작성하게끔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 사무실이 아닌 A씨의 제작사에서 작성했는데 감금했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제작사 몫의 수익을 다 가로채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라는 진술 역시 투자사는 지나친 억측이라고 지적한다. 기획에 있어 기여도를 감안하여 지분의 10%를 A씨에게 주기로 했고, 나머지 20% 또한 감독과 스탭들에게 배분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는 것. 투자사 대표인 B씨는 “A씨의 고소는 자신의 횡령 사실를 인정하는 고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영화인들은 시비는 법의 심판의 몫이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투자사, 제작사 모두 제작비 산정 및 집행에 있어 합리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서 현장에서 제대로 운용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누수가 있다면, 작품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충무로에서 아직도 비일비재하게 이뤄지는 관행처럼 여겨질 경우, 투자 위축 등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금이 말라붙었다는 충무로 위기론을 넘어 영화계 전체가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영화계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는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위 기사에서 실명을 거론할 경우, 언급된 영화의 극장 개봉시 작품에 대한 평가 이외의 부정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어 익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