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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기만 하는 멀티플렉스는 가라!
2003-07-24

화랑·무대 결합 신촌 ‘아트레온’ 색다른 멋 연출

영화판에서는 대형 상영관과 음식점, 오락공간을 버무린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대유행이다. 이른바 극장건축의 블록버스터화인 셈인데, 서울 신촌의 옛 신영극장 소유주인 최호준씨와 젊은 건축가 김준성씨는 이런 흐름이 찜찜했던 듯 하다. 먹고 마시는 소비공간보다 화랑과 공연무대 같은 문화공간을 결합시킨 멀티플렉스는 어떨까. 소비지대로 전락한 신촌에 문화의 향기를 심자고 둘은 의기투합했다.

신촌 전철역과 이대 전철역 사이 신촌대로변, 옛 신영극장 자리에 우뚝 선 종합문화공간 ‘아트레온’은 건축주와 건축가의 당찬 포부가 빚어낸 결실이다. 2001년 1월 착공해 다음달께 완공되는 지상 15층, 지하 4층의 이 콘크리트 철골 건물에는 9곳의 영화전용 상영관(모두 2319석)이 있어 단독건물 최다 상영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정작 건물의 미덕은 규모보다 문화적인 얼개와 동선에 있을 성 싶다.

건물 정면은 소비지역 신촌의 성격에 맞게 내부와 외부를 투사하는 전면 투명유리다. 저층 중층부 일부를 올록볼록한 곡면으로 만들고, 반투명 유리와 투명유리가 리듬감 있게 교차하면서 재료에 색다른 디자인 감각을 불어넣고 있다. 건축평론가 이주연씨는 “재료의 본질로부터 디자인적 요소를 뽑아내는 이른바 텍토닉 기법을 쓴 건물”이라며 “곡면의 투명유리가 옆면과 구석의 금속제 강판 표면과 결합되어 고층건물의 육중함을 덜고 영화관의 가볍고 신선한 이미지를 반영했다”고 평했다.

들머리와 꼭대기 공간을 문화적 인프라로 완전개방한 것도 특색. 1층과 지하층을 연결하는 들머리에 연면적 700평, 300석 규모의 개방형 광장무대를, 13, 14층을 서로 연결되는 화랑과 문화모임공간으로 꾸몄다. 광장무대에는 설치미술가 안필연씨의 유리블록 작품 <무한>을 객 석 옆벽에 붙여 건물의 문화공간적 성격을 부각시킨 점도 눈에 띈다. 입면과 공간에 매달리지 않고 비건축적인 요소에서 건축의 시작을 끌어내려 애써왔다는 그의 이번 작품이 신촌에 새로운 문화적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제공 (주)아트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