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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워진 가위손?
김현정 2003-07-22

하비 웨인스타인, 타란티노의 신작 <킬 빌> 두편으로 나누어 개봉 결정

쿠엔틴 타란티노(사진)가 <재키 브라운> 이후 6년 만에 영화 두편을 한꺼번에 내놓게 됐다. 3시간이 넘는 신작 <킬 빌>을 두편으로 나누어서 개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제작자인 미라맥스 대표 하비 웨인스타인은 <킬 빌> 첫 번째 영화는 올해 10월10일에, 두 번째 영화는 아마도 그 여섯달 뒤에 개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이 놀라운 까닭은 웨인스타인이 ‘가위손 하비’라고 불릴 정도로 냉혹하다고 소문난 인물이기 때문이다. 웨인스타인은 감독들에게 촬영기간과 예산을 줄이고 긴 영화는 자르라고 밀어붙이는 프로듀서. 그러나 <킬 빌>은 155일 동안 촬영했을 뿐 아니라 200쪽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거의 그대로 살리고 있다. 웨인스타인은 “미라맥스는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 덕분에 살아났다. 그는 백지수표라도 받을 만한 특별한 인물”이라고 이 파격적인 대우를 설명했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웨인스타인은 3주 전 한 시간 반가량의 <킬 빌> 편집본을 보고 개봉전략을 결정했다. <킬 빌>은 결혼식날 총격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던 여자 킬러가 5년 만에 깨어나 암살자를 찾아나서는 이야기. 웨인스타인에 따르면 “재미있는 B급영화”고, “타란티노의 수많은 팬들이 움직일 만한 영화”다.

그러나 이런 시도를 모험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매트릭스 2 리로디드> 등 올해 여름 개봉한 속편들이 무난한 평가를 받았는데도 흥행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킬 빌>은 타란티노의 팬들보다 훨씬 어린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액션영화지만, 그들 취향보다 훨씬 잔인하다는 소문이다. 거의 100명의 인물이 죽어간다고 전해지는 나이트클럽 장면에선 ‘생생한 피’를 쏟아부었다는 것이 단역 연기자의 증언. 이런 우려에 대해 웨인스타인과 타란티노는 <킬 빌> 제작비가 5500만달러에 불과하므로 안전하다고 응수하고 있다. 타란티노는 <킬 빌>을 두편으로 개봉하는 전략 외에도 아시아와 미국, 유럽 버전을 각기 다르게 편집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