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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여름축제중? 아니, 성난 예술인들 파업중
2003-07-22

연극 및 무용 부문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아비뇽 연극축제가 57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작도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되며, 프랑스 뉴스의 머릿기사는 ‘성난 예술인’에게로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부터 프랑스는 각 지방마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다양한 축제들로 으레 시끌벅적한 생기가 넘치곤 하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배우, 감독, 기술 스태프 등 공연 및 시청각 분야 예술인들이 실업수당을 비롯한 처우개선안을 놓고 정부와 정면 대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아비뇽에서 시작된 파업은 비슷한 시기에 라 로쉘과 엑상 프로방스에서 각각 열리는 샹송축제와 오페라 축제로까지 번져나가고 있어,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여름축제들이 잇따라 취소 또는 파행 운영될 위기에 처한 상태다.

여름 동안 여러가지 영화축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던 파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7~8월 약 두달간 매일 밤마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넓은 잔디밭에서 영화를 한편씩 무료로 상영해 파리지엥들의 명물로 각광을 받아온 ‘빌레트 공원 야외 영화제’도 개막을 당분간 연기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파리 시청일 것이다. 올해 여름은 파리 시의 야심작인 영화 축제 ‘파리 시네마’의 탄생을 선포하는 해였기 때문이다. ‘문화 시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파리 시내에 다양하고 참신한 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해 온 베르트랑 들라노에 시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기존 영화제의 틀에 각종 전시, 강연, 토론회 등을 결합시킨 대규모 영화 축제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지난 1일 막을 여는 자리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인생의 값> (감독 필립 르게)의 상영은 기술 스태프의 파업으로 인해 한 시간이나 지연되었고, 개막식장은 순식간에 정책 토론장으로 돌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보수 내각의 등장 이후,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는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자유 예술인들의 파업 역시 퇴직 연금제도 수정안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최근의 노동계 총파업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파업에 참가한 배우와 스태프로 인해 영화 및 텔레비전 시리즈 등의 촬영이 중단되고 있으며 카트린 드뇌브, 샤를르 베를링, 파트리스 르콩트 등 수많은 영화인들이 파업 지지에 앞장서고 있으나, 정부는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프랑스의 자유 계약직 배우, 스태프, 작가 등은 12개월 동안 최소 507시간의 고용계약을 맺고 활동하기만 하면 그 이후 12개월 동안은 국가에서 지불하는 실업수당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 이러한 수당지급기간을 대폭 축소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맞서 거리로 나선 예술인 노조의 시위 행렬이 프랑스 전국을 뜨겁게 달구는 7월, 이들의 모습이 천국보다 낯설게 느껴지곤 한다. 파리/여금미·파리 3대학 영화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