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개막한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3)가 개막 8일째인 17일까지 지난해 총 관객과 맞먹는 수의 영화팬들을 불러모으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16일 오후 6시까지 부천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모두 5만4천250명. 지난해 총 관객 5만7천800명에 육박하는 수치로 공휴일인 17일에는 무난히 전년 총관객수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제 사무국은 포스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19일까지 6만5천명의 관객이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7회째를 맞은 올해 영화제는 주최측의 깔끔한 진행이 돋보인다. 17일 오후까지 행사나 상영이 취소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영사사고도 두 건에 그치는 등 예년에 비해 대폭 줄어든 편.
영화제측은 올해 가장 큰 성과로 관객의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꼽고 있다. 영화제 사무국은 "올해부터 대폭 강화된 패밀리 섹션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관객들이 늘어났고 쇼브라더스 회고전이 40~60대 관객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하며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집중되던 관객의 폭이 넓어진 것이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19편으로 상영작 수가 4배 가량 늘어난 패밀리 섹션의 객석 점유율은 50~70%대. 20~30%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던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60년대 홍콩 무협물의 황금기를 돌아보는 쇼브라더스 회고전은 60~70대 노년층 관객들도 영화제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심야상영이 있었던 16일 밤에는 40~50대 중년 부부들도 많이 목격될 정도로 관객층이 넓어진 것.
35개국 188편의 영화가 함께한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모은 부분은 쇼브라더스 회고전과 인도영화를 선보이는 <매혹과 열정의 볼리우드>. 상영작 대부분의 객석이 매진되는 등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개별 작품으로는 <문차일드>, <깝스>, <스튜어디스>, <지옥갑자원>, 등이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문차일드>의 경우는 아침 10시부터 시작되는 현장판매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매표구에 몰려든 열혈팬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문차일드>는 제제 다카히사의 호러물. 2014년 가상의 아시아 경제특구 지역을 배경으로 뱀파이어와 함께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밖에 살인도 가능한 전투 야구를 소재로 한 판타지 영화 <지옥갑자원>은 영화제 기간중 국내 수입사가 배급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관객과 함께하는 영화제'라는 부천영화제의 강점은 올해도 어김없이 잘 드러난듯 하다. 이미 첫날부터 사회자 없이 개막식이 진행되고 일반 관객에게 레드 카펫을 개방하는 등의 파격을 보인 올해 영화제는 씨네락 콘서트와 메가토크 등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에서 빛을 발했다.
11∼14일 부천 시민회관에서 나흘간 열렸던 씨네락 콘서트가 대표적인 경우. 매일 1천200석이 가득찬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델리 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 등의 공식 초청 밴드 외에도 초등학생 밴드 '짱' 이나 '디스코 트렉' 등이 인기를 모았다.
홍콩의 영화평론가 웡 아인링, 국내 영화평론가 정성일, 인도 영화평론가 메낙시 셰데, 공포영화 전문가 스티븐 슈나이더 등이 게스트로 참석한 메가토크도 여느때 못지않게 성황을 이뤘다. 쇼브라더스 영화들에 관련된 메가토크가 열렸던 12일과 13일 복사골문화센터에는 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쉽게 발길을 돌리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다분히 형식적이었던 페스티벌 레이디의 활동이 적극적이었다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 폐막작인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의 주연배우로 올해 페스티벌 레이디에 선정된 박한별은 지난 12일 하루동안 영화 티켓 수령, 기념품 판매, 설문조사 등 '일일 자원활동가'로 봉사했으며 <문차일드> 등의 영화를 감상하며 관객과 어울리기도 했다.
한편 관객과 영화제 관계자 일각에서는 배우나 감독, 제작자 등 영화인과 영화담당기자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평론가 김시무씨는 "올해 부천영화제가 관객과 호흡하는 영화제라는 차원에서는 성공했지만 영화인의 참여가 저조했다"고 지적하며 "영화제측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제7회 부천영화제는 17일 오후 7시 부천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폐막식과 함께 <싸이퍼> 상영을 끝으로 공식행사를 마감하며 18일부터 19일 아침까지 앙코르 상영작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포스트 페스티벌의 폐막작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은 19일 오후 8시 시민회관에서 상영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