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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한은진씨 별세
2003-07-18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대를 풍미한 원로배우 한은진 씨가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5세. 1918년 서울에서 출생한 고인은 1935년 동양극장 연구생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37년 홍해성 연출의 연극 <춘향전>에서 행수기생 역을 맡아 처음 무대에 선 뒤 곧바로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했다.

스크린 데뷔작은 39년 박기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무정>. 동아일보사 주최 연극경연대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여주인공 영채 역에 캐스팅됐다. 고인은 원작자 이광수가 잡지 `삼천리'에 공개장을 보내 "이번이 데뷔라는 한은진양이 동작도 없는 영채의 역으로 관중의 주의를 끝까지 끌고가는 성의와 역량은 큰 장래를 약속하는 것 같사와 기쁨을 금치 못하나이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신인답지 않은 힘있는 연기로 스타덤에 올랐다.

일제시대에는 당대의 톱스타 문예봉과 함께 조선영화사에 두 명밖에 없는 전속 여배우로 이름을 날리며 인텔리풍의 신여성을 주로 연기했으며, 50∼60년대에는 전통을 지키는 엄격한 시어머니나 대갓집 마님 이미지를 많이 선보였다.

<사랑방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ㆍ61년), <연산군>(신상옥ㆍ61년), <열녀문>(신상옥ㆍ62년), <까치소리>(김수용ㆍ67년), <로맨스 그레이>(신상옥ㆍ63년), <장희빈>(임권택ㆍ68년), <아들딸 찾아 천리길>(고영남ㆍ72년), <씨받이>(임권택ㆍ86년) 등을 비롯해 마지막 출연작인 96년 임권택 감독의 <축제>에 이르기까지 58년 동안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96년에는 청룡영화상 특별공로상을 받았고 지난해 한국영상자료원이 `4월의 한국 명배우'로 선정해 회고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영화평론가 이순진씨는 "화려한 스타는 아니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무게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유가족으로 장남 이린(李麟) 씨를 비롯해 1남 3녀가 있다. 빈소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410-6906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