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만날 독립영화는 서민적인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작품이다. 안영석 감독의 <냉장고>(1999년/ 16mm/ 29분)는 70년대 달동네의 한 가족을 담고 있다. 어려운 살림에 뜻하지 않은 냉장고가 집에 들어오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막내를 제외하곤 냉담하다. 하지만 한여름 시원한 물 한 모금과 얼음 한 조각이 시원하게 땀을 씻어주듯이, 냉장고는 가난한 가족들의 관계변화를 가져온다. 카메라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응시하면서, 가난한 가정에서 시원하게 행복이 피어나오는 표정을 소박하게 담아내고 있다. 대형 냉장고와 에어컨이 있어도 그들만큼 작은 행복에 기뻐하진 못할 것 같다.
이와 달리 유상곤 감독의 <체온>(1998년/ 35mm/ 8분)은 별다른 드라마의 꼴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장면장면의 매력은 곱씹을 만하다. 한 노인이 장애인인 여자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달린다. 그들의 표정에는 어떤 감정도 묻어 있지 않다. 거리의 풍경과 힘겹게 오르는 언덕도 그처럼 무미건조하다. 문득 소나기가 오고, 그들은 비를 피해 운동장 처마에 앉는다. 노인은 여자에게 물을 먹이고, 담배를 한대 피워문다. 매우 단조로운 화면에서 묻어오는 처연함은 마지막 노래말과 더불어 마음 짠하게 만든다. 아무런 말이 없어도 그들 사이의 온기를 느끼기에 충분하고, 화면에서 그들의 ‘체온’과 허한 느낌이 전달돼 오는 것 같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