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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취협> 무협영화의 주인공 정패패 내한
2003-07-15

35년전 날리던 여검객, 정패패를 기억하세요? 부천영화제 게스트로 내한

‘검의 여왕’. 정패패(59)의 또다른 이름이다. 지금 40대 중반이 넘은 이들 가운데, 어릴 때 홍콩 무협영화를 좋아했던 이라면 그를 모를 수가 없다. 68년 <방랑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한 <대취협>의 여주인공으로 홍콩 무협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젊은 세대들에게 그 이름이 낯설다면 <와호장룡>에서 장쯔이의 스승으로 나온 ‘푸른 여우’를 떠올리면 된다. <대취협> 등 홍콩 쇼브라더스 무협영화들을 특별상영하는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게스트로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11일 만났다. <대취협>에 나왔을 때처럼 볼살이 남아 있는 앳된 모습은 아니지만, 35년 가까이 지나서도 그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고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는 <대취협>이 “생을 바꾼 작품”이라고 말했다. 발레를 배우다가 쇼브라더스 산하 연기학교에 들어간 그는 <애정석>으로 데뷔했지만 별 주목을 못 받다가 <대취협>으로 대스타가 됐다. 감독인 호금전은 중국회화의 여백미와 경극의 리듬을 액션에 도입했던 이다. 양손에 짧은 칼을 들고 우아한 동작으로 적들을 물리치던 여검객, 정패패의 모습은 호금전 스타일의 상징과도 같았다. “지금까지 찍은 영화 중 절반이 비무협 영화인데도, 정패패 하면 여전히 ‘여협객’의 이미지다. 무협영화의 새 여자 캐릭터가 나타나도 항상 나와 비교되고.”

호금전과 두편, <외팔이> 시리즈의 장철과 두편의 영화를 각각 찍었던 그는 두 감독을 “정반대의 인물”로 기억했다. “호금전은 스타일이 굉장히 클래식하고, 역사적 사실에 철저하고 꼼꼼한 사람이었다. 외곬수나 원칙주의자라 불릴 만큼. 일출을 찍기 위해 며칠 동안 기다리던 생각도 난다. 그는 또 문인이었다. 언제나 책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장철은 찍는 스타일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굉장히 남성적이다. 근육질의 남자가 많이 등장하고. 배우들에 대해선 별로 세세한 지시를 하지 않고 놔주는 타입이었다. 개인적으론 섬세하고 기품있는 호금전으로부터 훨씬 많은 영향을 받았다.” 수십년 지나 다시 출연한 무협영화 <와호장룡>의 리안 감독에 대해, 그는 거칠고 남성적인 장철 스타일의 액션영화가 대부분인 요즘에 보기 드물게 “호금전을 닮은 감독”이라고도 말했다.

60·70년대 홍콩 무협영화를 이끌었지만 대중 앞에서 자취를 감춘 왕우, 강대위, 조세핀 사오 등과 달리 그는 40여년의 세월을 배우로 살아왔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날 키워준 호금전, 장철이 모두 죽고 다른 이들도 영화와 인연을 끊었는데 계속 이 자리를 지키는 건 영화와 특별한 연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외팔이’ 왕우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한국 옛 팬들이 많다고 하자 그는 “대만에서 사업을 하는데 잘 안 된다. 사업에 성공하면 내 영화 찍는 것 도와준다고 항상 했는데… 근데 그사람, 뚱뚱해졌다”고 웃으며 전했다. 글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오계옥 <씨네21> 기자 kla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