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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드보이>의 배우 최민식과 유지태
2003-07-15

"지태는 정말 천연기념물이에요. 젊은 나이답지 않게 진지하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기까지 해요. 지난해 아내랑 일본에 놀러갔다가 유학중인 지태를 만났는데 '참 괜찮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 언제 영화를 같이 하면 나도 배울 게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만나보니 기대 이상이에요."(최민식)

"연기만 잘하고 품성이 좋지 않으면 미워지죠. `그래 너 잘났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최민식 선배님께는 정말 머리가 숙여져요. 내가 40대가 됐을 때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되지요."(유지태)

13일 `올드 보이'(공동제작 쇼이스트ㆍ에그필름)의 촬영장에서 만난 최민식(42)과 유지태(29)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앞다투어 상대방 장점을 주워섬기는데 입에 발린 소리라거나 `홍보용 멘트' 같지는 않아 보였다.

곁에 있던 박찬욱 감독까지 나서서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하며 두 배우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는다. "민식 씨가 체중을 10㎏ 감량하는 것을 보고 치열한 프로의식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영화가 그의 멋진 모습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 같아 꼭 함께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태 씨는 지금까지 수줍고 순박한 이미지를 보여줬는데 그런 사람이 얄밉고 표독스런 연기를 보여주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물론 지태씨의 연기력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까 과감한 변신을 주문할 수 있었지요."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 <올드 보이>는 15년 동안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있던 평범한 남자 대수(최민식)와 그를 가둔 뒤 감시하고 관찰해온 우진(유지태)의 심리 게임을 그린 미스터리물. 8월 중순까지 촬영을 마친 뒤 10월 말 간판을 내걸 예정이다.

최민식은 두 주인공의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오늘 제가 장도리를 들고 우진을 위협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대수의 기질이 단단한 망치라면 우진은 짬뽕(찜뿌)공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망치로 치면 짬뽕공은 엉뚱한 데로 퉁겨나가거나 유연하게 충격을 흡수했다가 동그랗게 복원되지요. 대수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우진의 쳐놓은 그물에서 놀다가 마지막에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마무리됩니다."

<쉬리>, <파이란> 등으로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준 최민식은 <취화선> 이후 1년 가까이 쉬었다.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여행도 다니고 술도 마음껏 마시다보니 몸이 근질근질해졌다고 한다. 그때 만난 작품이 <올드 보이>. 만화를 보고서 "이거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느껴 단번에 수락했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니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연기란 게 리듬을 타고 흘러가야 하는데 스스로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더라구요. 더욱이 제가 맡은 배역은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표현할 길이 막막해 아직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지태는 최민식과 반대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2001년 <봄날을 간다> 촬영을 마치자마자 오는 추석 개봉 예정인 <내츄럴시티>를 찍었고, 지난해에는 5개월간 일본에서 어학 공부를 한 뒤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복학해 졸업작품인 중편영화 <자전거 소년>을 만들었다. 올해 들어서도 <거울 속으로> 촬영이 끝나기가 무섭게 <올드 보이>에 합류했다.

"처음 해보는 캐릭터일 뿐 아니라 평소 해보고 싶던 스타일도 아니예요. 저에게는 큰 시험대지요. 촬영이 거듭될수록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데 박찬욱 감독님과 최민식 선배님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촬영하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행복해요."

최민식은 촬영중에 일어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유지태의 고지식하면서도 성실한 태도를 소개했다. 영화 중에 우진이 요가를 하는 장면이 딱 한번 나오는데 박 감독이 요가책을 보고 한 자세를 찍어보이자 유지태는 즉석에서 "예, 알겠습니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감독의 주문이 대한민국의 요가 1인자도 해낼 수 없는 고난도 자세였던 것. 그런데도 유지태는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그 장면을 연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보다 못한 동료배우 송강호가 박 감독에게 "애를 잡으려고 하느냐"고 항의해 다른 자세로 바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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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