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매년 여름 바캉스를 준비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바칼로리아’로 불리는 고등학교 입시시험과 대학교의 학기말 시험이 끝나는 6월 말부터 본격적인 바캉스를 떠나는 7월 말까지 한달 동안의 과도기간을 메워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동원돼 찌들린 젊은이들이 긴장을 풀 수 있게 해준다. 이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음악축제와 영화축제다. 6월 말에 열리는 음악축제가 단 하루 동안 클래식부터 테크노까지 또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구분없이 길거리에서 일회성으로 카니발적인 광란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라면, 이후 7월 초에 열리는 영화축제는 좀더 차분히 휴식을 취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파리시가 주관하는 영화축제가 올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좀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방침을 바꿔 새 단장을 했기 때문이다. 포럼데 이마주의 책임자이자 지난해까지 15인 감독전의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마리 피에르 마시아의 책임으로 준비된 이 영화축제는 7월2일부터 7월15일까지 평소 관람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4유로의 가격으로 300여편의 영화를 30여개 극장에서 대규모로 소개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지향한다. 마리 피에르 마시아는 이 영화축제가 일반 영화제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일반 영화제들이 비평가들이나 전문가들과 같이 본격 시네필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 파리 영화축제는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영화제라는 점이다.
문화예술지 <텔레라마>는 이 영화축제가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 먼저 파리라는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영화 프로그램이 풍부한 도시에서 어떻게 영화축제로 관심을 끌어모을 것이냐는 점과 다른 하나는 이번 칸영화제가 부딪힌 문제처럼 어떻게 수준 높은 영화들을 찾아내느냐는 점이다.
올해의 전략은 개봉되지 않은 영화 수를 50여편으로 낮추고 회고전에 비중을 두는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영화축제 기간 동안 20만명의 파리지엥들을 동원하면 앞으로 극장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협력이 용이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들을 모두 만족시켜준다는 취지에 부합되듯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매우 다양하다. 올해 사라진 영화인들에 대한 존경을 바치는 회고전도 관심을 모은다. 장국영(사진), 모리스 피알라, 다니엘 플랑티에 회고전이 준비돼 관객의 기억 속에 큰 모습으로 이들이 남겨질 수 있게 됐다. 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