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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똥개>의 곽경택 감독
2003-07-11

"사람냄새 맡으며 카타르시스 느꼈으면"

곽경택 감독은 여전히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는다. 편안해 보인다. 지난해 <챔피언>에 얽힌 유오성과의 송사도, <친구> 흥행 뒤 ‘조폭’ 친구에게 돈을 준 게 화근이 돼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일도 그는 넉넉히 넘겨버린 듯했다. “아입니더. 얼마나 그 시간이 힘들었던지 처음 <똥개> 시나리오의 후반부엔 오직 철민의 복수, 복수 얘기만 있었다니까요. 원래 악덕업자, 부패한 지역 유지·관료들을 철민이가 개 끓이는 가마에 던져넣는 게 끝이었다니까요.”

1년여 만에 그가 내놓은 <똥개>는 작은 이야기이지만, 이야기꾼으로서의 곽경택의 재주가 만개한 영화다. “선배 친구가 <챔피언> 전에 자기 이야기를 A4용지 100장에 빽빽히 치고 앞 표지에 큰 글씨로 ‘똥, 개’라고 붙여서 갖고 왔어요. 뭣보다 이야기가 애처롭더라고요.” 아버지가 경찰인 점, 똥개가 잡아먹히는 것이나 감방 안에서 한판 붙는 싸움까지는 원안 그대로다. 대신 “(<친구>와 관련해 검찰 소환에 시달린 직후였던)그 당시만 해도 건달 얘기라면 신물이 나서” 주인공 철민은 건달이 아니라 백수로 ‘낮춰졌다.’

“<챔피언>하면서 너무 몸에 힘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모든 게 죽음으로 귀결되니 부담스럽고, 관객들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것도 같고. 그래서 이번 영화는 유쾌하고 재밌는 게 1순위다, 그렇게 마음을 정했어요.” 정우성과 인간적으로 부대끼고, 촬영지인 밀양에 혼자 두달 동안 먼저 내려가 있으면서 지금의 경쾌한 <똥개>가 나왔다. “처음엔 스케일도 컸지만, 밀양에 내려가 보니 이런 중소도시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은 이 정도겠구나 싶더라고요. 우성이의 느릿한 말투나 썰렁한 농담도 캐릭터에 담아내며 디테일이 바뀌었고요.” 영화 속 건달들의 싸움은 액션영화의 세련된 싸움이 아니라, 리얼한 ‘막싸움’이다.

“머리좋은 사람만 이기는 세상이지만, 한번쯤 가슴으로 행동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뛰어나지 않은 사람도 나름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있는 거고. 똥개는 바로 그런 놈이에요. 그런 똥개의 모습에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했어요.”

배경이 지금인데도, 20~30년 전의 정서와 사람 냄새를 그리워하는 곽 감독의 취향이 많이 배어 나온다. “제가 그래요. 옛날 게 좋아요. 언젠가 한 작은 잡지에 독자가 쓴 수필이 실렸는데 난 옛날 화장실이 좋다, 십자형 수도가 더 틀기 편하고, 뭐 그런 내용인데 굉장히 공감이 가더라고요.” 그는 처음 작품을 함께 한 정우성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는 친구”라고 말했다. 짧고 낮게 전달하는 <친구>의 대사에 비해, 긴 생활체의 대사 속에 ‘은제’ ‘몰~라~’ 같은 느린 ‘감탄사’가 끼어드는 정우성의 사투리 연기도 “부산 사람이 들으면 <친구> 연기자보다 더 점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감독은 참 부지런하다. 1년에 한편씩은 꼭 내놓으며 벌써 다음 작품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스케일이 큰 영화라는 점 외에는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 영화의 아이템도 정했다. 이건 곽 감독의 아버지가 실제 겪었던 이야기로, 10살짜리 꼬마와 18살짜리 큰 형수의 우정에 관한 것이다. 아버지가 직접 에피소드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감독도 근력이 있을 때 한다, 그게 제 생각이에요. 게다가 난 천재과도 아니고. 영화제 가는 건 한 50살쯤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지난 1년간 겪은 이야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참 답답했겠구나 싶은데도 절친한 친구였다가 갈라선 유오성에 대해선 영화 속 순자보다 더 쿨하게 대답했다. “이혼한 여자 같은 기분이에요,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