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뒤에 이런 일이!!
영화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 중에 뉴스 가치를 따져서 보도하다보면, 체 밑으로 쏙 빠져나가는 소식들이 있다.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기자들끼리 내막을 읽으며 쿡쿡거리다 한곁으로 치워둔 사건파일들을 여기 모았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모두가 사실이다. 영화계 또한 세상이 늘 그렇듯이, 요지경 속이다.
01 영화평론가, 영화만 평론하나?
아니다. 가끔 극장비평도 한다. <시카고 선타임스>의 유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와 리처드 로퍼는 지난해 6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쇼웨스트 행사에서 미국 멀티플렉스 극장들을 ‘특별비평’했다. 멀티플렉스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다양한 토픽을 가지고 최고의 평론가들이 농담처럼 씹어댄 극장문화의 진담 평론. 그중 일부를 간추려 소개한다.
“사람 방광이 라지 사이즈 콜라보다 작은 거 아세요?” “그거 다 마시는 사람도 없어요.” “당연하죠. 빨대가 짧아서 바닥에 안 닿거든요.”
에버트의 불평은 이어졌다. 빨대는 더 길어져야 하고, 문 밖에서 엿듣는 사람을 막기 위해 방음시설에 더 신경써야 하고, 상영시간이 지체되는 까닭은 일반광고가 아니라 영화예고편 때문이며, 스크린이 더 커져야 영화 프레임 밖에서 일하는 스탭들의 모습도 관객이 볼 수 있다 등등. 그는 또한 “팝콘과 심심한 음료 종류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팔면 극장이 추가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영화예고편의 내레이터 목소리는 항상 똑같다는 점도 지적했다. 개봉주 성적이 나쁘단 이유로 좋은 영화들이 무참히 내버려지는 풍토에 대해서는, 개봉 6주 뒤에야 박스오피스 톱에 올랐던 <쇼생크 탈출>의 예를 들면서 배급자들과 극장 관계자들의 인내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어쨌든 두 사람의 결론은 섬 업. “누가 뭐라고 해도 극장에서 겪는 최악의 경험은 영화 그 자체 아니겠어요?” “그렇죠. 일단 자리에 앉고 나면 끔찍한 영화는 도무지 피할 길이 없으니까요.”
02 변기에 들어간 `니모` 들
미국 일부 가정의 변기 배수구에서 다수의 물고기 사체들이 발견됐다. 3D 물고기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가 개봉한 뒤 벌어진 이같은 사태는, 영화를 보고난 아이들이 자기 집 어항 속 물고기들에게 자유를 찾아주려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영화 속에서 니모와 니모의 친구들은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변기 배수구 구멍으로 탈출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변기 속에 물고기를 넣으면 그들은 당연히 죽는다. 바다는커녕 하수구에도 닿기 전에 죽는다. 짭짤한 물속에서 살던 물고기들은 변기 속 민물에 노출되는 순간 쇼크 반응을 일으킬 뿐 아니라, 소용돌이치는 변기 물살에 중상을 입게 마련이다. 배수구를 통과한 물고기라도 하수구 시스템에 도달하는 순간 각종 유독성 가스 및 화학물질, 박테리아를 먹고 기절하거나 질식해 사망하는 경우가 다수다. 그래도 살아날 경우 고체덩어리 분쇄기 및 인공비료 제조기를 통과해야 바다로 갈까 말까다. 이 사태를 접한 코미디언 엘렌 드제너러스는 TV프로그램에 나와 “아이들이 물고기에게 자유를 주려는 건 아름다운 일이긴 하나, 어쨌거나 나쁜 일”이라고 꼬마들에게 설명했다.
03 <브루스 올마이티>, 천국 핫라인 공개
엄청난 핫라인 번호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말았다. 짐 캐리 주연의 코미디영화 <브루스 올마이티>를 본 관객이 브루스의 삐삐를 통해 노출된 하느님의 핫라인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여성은 영화개봉 이후 5일간 시간당 20통 이상의 전화를 받았고 조지아주에 사는 한 여성의 집에도 2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 여성은 전화기 자동응답 메시지를 바꿔버렸다. “하느님의 메신저입니다. 짐 캐리에게 다시 전화하세요.” 콜로라도의 한 라디오 방송사에도 마찬가지 전화가 쏟아졌고, 수화기 너머 한 여성은 남편 몰래 다섯번이나 바람을 피웠다며 솔직한 ‘고해’를 전하기도 했다.
제작사 유니버설쪽은 이것이 영화촬영지인 뉴욕 버팔로 지역에는 없는 번호라는 걸 확인했다고 열심히 변명 중이다. 그러나 이미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문제의 핫라인과 일치하는 번호가 전세계적으로 30개 이상. 따라서 이같은 사태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04 비틀스판 <반지의 제왕> 제작설
30년 동안 감춰졌던 <반지의 제왕>의 ‘비틀스 버전’이 지난 3월 모습을 드러냈다. 캐스팅에는 간달프 역에 존 레넌, 프로도 역에 폴 매카트니로 거의 확정돼 있었다고 한다. 약간 다른 ‘설’도 있다. 프로도 역을 맡기로 한 폴 매카트니에게 직접 들었다는 피터 잭슨 감독은, “조지 해리슨이 간달프였고 존 레넌은 호빗 비스무레한 캐릭터로, 프로도와 그의 친구들을 뒤쫓아 반지를 손에 넣으려는 인물을 맡을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연출자로 물망에 올랐던 인물은 데이비드 린과 스탠리 큐브릭. 그러나 먼저 접촉을 시도했던 데이비드 린 감독은 당시 <라이언의 딸>을 찍느라 바빠서 <반지의 제왕> 프로젝트를 거절했고, 스탠리 큐브릭은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드냐”며 퇴짜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발 할아버지 존 레넌과 난쟁이 폴 매카트니? 우리의 상상으로도 부담스럽다.
05 갱스터 버전 <반지의 제왕>
러시아에서 <반지의 제왕> 갱스터 버전이 출시됐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감독인 피터 잭슨도 사전에 몰랐다는 이 버전은 현재 러시아의 해적판 비디오 업계에서 절찬리 판매 중이다. 구입문의는 모스코바시 구석구석에 널린 해적판 비디오 판매점들로 하면 된다. 이 버전은 캐릭터부터 딴판이다. 주인공 프로도는 기존의 선한 성질을 다 버리고 버벅대는 말투 속에 욕지거리를 피워대는 러시아 경찰관 역을 맡았다. ‘나쁜 놈’ 오크는 멋진 러시아 갱스터로 분했으며, 마법사 간달프는 시종일관 칼 마르크스의 심오한 이론을 설파하는 인물로 연기변신을 꾀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물론 러시아.
제작자로 알려진 ‘고블린’은 전직 성페테르부르크 경찰 수사관 출신의 평범한 시민 드미트리 푸치코프다. 본래는 몇몇 친한 친구들에게나 보여주려고 이런 엉뚱한 버전을 만들었던 것인데, 대본이 인터넷상에 뜨면서 예상치도 못했던 호응을 얻게 됐다. 이미 차기작에 들어갔다는 그의 다음 작품은 블록버스터코미디 버전 <스타워즈>.
06 미국 비디오 회사들의 영화 세탁
지난해 9월, 미국의 대형 비디오 대여·판매 회사들이 임의로 영화를 ‘세탁’했다가 법정소송에 휘말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감독조합(DGA)이 제기한 이같은 소송에는 클린플릭스(CleanFlicks)를 비롯, 13개의 영화 및 각종 소프트웨어 대여·판매회사가 연루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클린플릭스사는 철저한 가족영화 가공업체. 어떤 영화든 일단 이곳에 들어가면 각종 신성모독 장면 및 섹스신, 폭력신 등을 제거당하고 ‘온 가족 버전’으로 재편집돼 나온다. 스필버그의 명성도 소용없다. 클린플릭스를 통과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조차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건전 버전으로 재출시됐다.
미국감독조합은 이같은 편집행위가 연방 저작권법을 침해할 뿐 아니라 “작품 소유권과 감독의 창조성에 대한 직접적인 정면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저작권 전문가들도 DGA의 견해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 그러나 소송에 휘말린 대여회사들은 이것이 비행기 기내상영이나 TV방영시 편집하는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클린플릭스 고객은 이같은 편집본의 필요성을 실질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온 가족과 함께 영화를 즐기고 싶은 그들의 눈에 <브리짓 존스 일기>의 침대신이나 <늑대와 함께 춤을>의 섹스신, <굿 윌 헌팅>에 등장하는 욕 따위는 불필요하다. 한 소비자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는 섹스신을 빼고 봐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영화를 보호하고 싶은 감독들과 자신의 가정을 보호하고 싶은 소비자들 사이의 이해의 간극은 넓기만 하다. 마이클 앱티드 감독은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지금은 멋대로 편집한 패밀리 버전만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포르노 버전, 정치영화 버전 등 정말 맘먹은 대로 온갖 버전을 다 만들어대고 말 것이다”라고 심각하게 말했다.
07 발리우드의 바람난 연인들
발리우드가 바람들기 시작했다. 지금껏 이곳 영화들의 공통유전자는 단조로운 스토리라인과 전통노래를 곁들인 춤. 그러나 요즘 제작되는 영화들은 이 오래된 클리셰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있다. 일각에서 ‘뻔뻔하다’고까지 말하는 최신 경향의 발리우드영화들은 남성 스트리퍼나 강한 커리어우먼, 대담한 성표현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키스신 등의 ‘과감한 섹스 코드’를 두른 저예산 상업영화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런 영화들은 지난 몇년간 불황을 못 벗어나고 있는 이곳 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인도 영화산업이 8천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는 동안 200만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렸던 영화 <더 보디> 역시 키스신으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전통주의자들에겐 이런 변화가 불쾌하다. “이런 식의 상업적인 이용은 우리 문화와 걸맞지 않다. 우리 고유의 성격을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다.” 그러나 남녀가 사랑하되 살짝만 껴안고도 부끄러워 더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았던 모습은 옛날에나 통했을 내외. 인도의 한 감독은 “현재 우리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개봉한 인도영화 <욕망>의 광고 멘트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영화, 뜨거울 겁니다. 키스장면 17번에 비키니 입은 여자들이 좌악 등장! 인도 주류 영화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립니다!” 이 영화표는 매진됐다.
세계 영화계의 황당한 사건파일 넘버 10 [1]
세계 영화계의 황당한 사건파일 넘버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