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조석 승객: 저 말입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그 깡마른 브루스타인지 버너인지에는 별 관심이 없고 말입니다. 저기 뒤쪽에 머리 쏵∼ 올백으로 빗어넘긴 금발 아가씨가 궁금한데 말입니다. 그 아가씨는 왜 소개를 안 해주시는 겁니까? 많이 바쁘십니까?
아하, 군인할인률이 적용되어서 특별석에 착석할 기회를 얻은 고객이시군요. 역시 씩씩하고 솔직한 태도가 참 마음에 듭니다. 쉿! 하지만 예쁘다고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베벌리힐스의 쇼윈도로 다른 모든 터미네이터들이 그렇듯이 알몸으로 등장하는 그는 바로 터미네트릭스, T-X입니다. “T-X 역의 크리스타나 로켄이 베벌리힐스의 밤거리를 알몸으로 활보한다더라”던 소문에 뛰는 심장을 주체 못하셨던 남성들이라면 아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겁니다. 물론 그가 옷을 입고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편집은 승객께서 원하는 방향으로는 절대 나아가지 않으니까요. T-X는 액체금속이었던 T-1000이 가진 특징, 불멸성과 신체변형은 고스란히 가질 뿐 아니라 나노-테크놀로지로 모든 기계를 리모트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더욱 강한 사이보그입니다. 피맛만 봐도 DNA 분석이 가능한 첨단로봇인 그녀는 바로 존 코너와 케이트 브루스터를 포함한 22명의 미래 반란군들을 제거하러 과거로 온 킬링머신인 것입니다. 22명이라, 많이 바쁘지 않겠습니까?
>>> 24K 승객: 내는 운명이고, 여자고 뭐고 관심 엄꼬, 뭐 쫌 끝내주는 거 안 보여 줄낑가? 여름에는 느므 더버가지고, 내사 복잡한 영화는 죽어도 몬보겠고, 마 쌔리 싸우고 뿌수고 이런 영화가 느므느므 보고잡다.
네, 7월에 출발하는 여행이 모두 ‘헐크’같이 용감할 수는 없겠죠. 전편들에 비해 이야기의 두께나, 결이 앏아진 것에 비해 T3의 말초적인 재미는 오히려 T2보다 강해진 게 사실입니다. 이번 패키지의 주력 홍보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는 초반 고속도로 추격신은 특수제작한 1/4마일 길이의 도로 세트를 통과하며 달리는 100t짜리 크레인차를 둘러싼 격투신을 14대의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지만 사실, ‘매트릭스’관광을 다녀온 승객들에겐 그리 놀라운 광경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남자화장실에서 T-800과 T-X가 벌이는 싸움, 즉 3000파운드의 두 기계들이 온몸으로 부딪치는 육탄전이 더 실감날 겁니다. 변기에 매다꽂히고, 얼굴이 두번 돌아가고, 여기저기 깔리고 찍혀도 ‘죽어야 사는 여자’인 T-X와 기종은 좀 떨어지지만 “두 사람이 다 죽으면 나 역시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존과 케이트를 보호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는 사명감을 되뇌이는 T-800의 싸움은 딱 떨어지는 합을 짜서 선보이는 홍콩액션과는 다른 경지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아, 모두들 밖을 보세요. 저 멀리로 T3역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제가 말씀드렸죠? 이번 여행은 다른 어떤 때보다 빠를 거라고. 더 질문은 없으신 거죠?
99F 승객: 저… 제가 듣기론 4번째 비행을 염두에 둔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하던데, 그게 뭔가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군요. (*스포일러 워닝! 이번 질문에 대한 답을 보신다면 영화보는 재미가 반감 될수도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은 접어두셨다가 7월 25일 국내개봉을 기다리세요.)
음, 그건…(갑자기 호흡이 격해진다) 그러니까, 그런, 그렇다면 T-800은 이번엔 누구에 의해서 보내진 걸까를 생각하면 되는데요. 지금까지 터미네이터가 존 코너의 모든 명령에 복종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 T-800은 존의 명령에 “Negative!”를 외치거든요. 그리고 케이트의 명령에는 바로 바로 복종합니다. 바로 그는 존의 미래의 부인인 케이트에 의해 보내진 거죠. 그런데 왜 존이 보내지 않고 케이트가 보냈을까요? “인간은 죽게 되어 있어. 존은 2032년 7월4일에 죽는다. 그리고 내가 널 죽인다. 나한테 감정을 기대하지 마라, 난 기계다”라고 터미네이터는 말합니다. 미래에 발생하게 될 두 사람간의 끔찍한 사건, 아버지 같던 존재가 아들 같던 존재를 파괴시키는 운명. 그것이야말로 T3에서 존과 터미네이터사이에 예전 같은 온기가 오가지 않았던 이유였던 거죠. 그런데… 아, 너무 피곤하군요. 그런데 이걸 말해도 되나, 안 되나, 되나, 안 되나, 모르겠네요. 이상하게 졸음이 오는데요. 아마 너무 무리했나봐요. 그나저나 우리 여객기에 99열은 없었던 거 같은데 … 배터리가 떨어졌나? 아… 그게 말이죠… 저는 여러분들의 질문에 가장 솔직하게 대답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에… 치치...치치칙…
>>> 그렇다. ‘아임 백’ 역시 사이보그였던 것이다. 폐기된 사이보그들의 신체부분, 부분을 조합해 만들어진 재활용로봇인 그녀에게 2박3일간의 짧은 연수교육 뒤, 하룻밤 안에 여러 승객의 질문공세에 답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인간의 살갗 아래 드러난 눈이 붉게 충혈된 가운데, 기계 오작동을 일으켜 혼자 뺑뺑 맴을 도는 ‘아임 백’은 슬프게 되뇌이고 있었다. “노 프라블렘므 (No Problem)…노 프라블렘므…노 프라블렘므…노 프라블렘므….”
* 위 글은 지난 7월2일 도쿄에서 열린 <터미네이터3>의 정킷 인터뷰와 각종 잡지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입니다.편집 이다혜
프로듀서 앤드루 버지나, 마리오 카사 인터뷰(Andrew vajna & mario kassar) “<T4>보다 중요한 건 관객의 열광”
1976년 캐롤코사를 함께 설립한 뒤 <엔젤 하트> <람보3> <토탈리콜> <터미네이터> 1, 2 등의 흥행작을 함께 만들었던 단짝 파트너, 앤드루와 마리오는 1989년 앤드루가 시너지프로덕션을 차리면서 잠시 떨어져서 일했고, 현재 두 사람이 공동대표로 있는 C-2를 설립하면서 다시 뭉쳐 <터미네이터3>를 만들어냈다. 각각 레바논(마리오)과 헝가리(앤드루) 출신의 이방인으로서 할리우드의 심장부로 파고든 이들에게선 긴 투쟁을 거쳐온 오랜 전우 같은 분위기가 풍겨나왔다.
12년 만에 세 번째 시리즈를 만드는 데 있어 어떤 점이 가장 큰 도전이었나. 같은 영화의 속편을 만드는 일은 매우 비슷한 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다른 일이다. 사람들은 그저 신나거나, 재밌는 것만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시리즈에 익숙해진 관객을 위해 같지만, 새로운 걸 기대하는 이들을 위해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했다. 아놀드 주변으로 배우들을 꾸리고, 그들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고 심지어 이번엔 감독까지 새롭게 결정해야 했다. 결국 이번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전은 이 거대한 규모의 스탭들을 꾸리고 모으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마이너 감독인 조너선 모스토에게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은 도박에 가까운 결정이었을 것 같다. 그의 어떤 부분에서 확신을 얻었나. 나는 이 결정을 도박이 아니라, 도전이라고 부르고 싶다. 먼저 조너선은 그 어떤 감독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대해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 자체가 열혈광팬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그에게 감독을 맡기는 이유가 될 수는 없겠지만. 첫 번째 그의 전작인 <브레이크 다운> 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두 번째로 당시 그는 젊고 배고팠다. 그는 기꺼이 도전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었던 거다. 많은 감독들이 이 영화를 ‘제임스 카메론의 것’으로 생각하고 빼고 있을 때 그는 기꺼이 그 기회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이 좀더 창조적으로 그의 작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저 그런 감독이었던 자신을 메이저 감독으로 급부상시키는 디딤돌이 되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제임스와 조너선, 두명의 감독과 같은 시리즈를 만들어본 느낌은 어떤가. 두 감독이 매우 다른 부분의 장단점이 있을 텐데. 그들은 너무 다르다. 제임스 카메론은 현장의 모든 것들을 완벽히 통제하길 바란다. 물론 그 점을 매우 잘해내긴 한다. 하지만 조너선 모스토는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또한 제임스는 뭐랄까, 타고난 재능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조너선은 철저한 노력형, 자수성가형이며 많은 것들을 매우 빨리 배우는 편이다.
장기간의 프로덕션 기간을 거치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나. 바로 어젯밤! 미국에서 시사가 있었거든. 4년간의 이 고되고 긴 작업에 대한 평가를 받는 자리였고 그들이 우리를 죽일 건가 살린 건가가 결정되는 날이었다. 심판의 날. 바로 그랬다. 정말 긴장했고 앞으로 우리가 이 프랜차이즈를 끌고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나는 날이었다. 다행히 사람들은 영화를 무척 좋아해 줬고 우리 역시 매우 만족했다.
물론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는 벌써 쉰여섯이다. 영화의 대사와 반대로 그는 기계가 아니고 인간이고 더 늙어갈 거다. 아놀드가 없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가능할까. 그것이 진짜 우리의 숙제다. 우리는 이 시리즈를 계속 이끌어가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그는 이 영화에 너무 중요한 부분이고, 당신이 말한 것처럼 늙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그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어 우리를 먼저 떠날지도 모른다. (웃음) 일단 우리가 그를 대체할 뭔가 새로운 것,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명해낼 수 있을까에 달려 있다고 본다. 뭔가 전환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고, 그 지점을 찾는다면 계속될 수도 있겠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도전이 될 거다.
가령 그를 영원히 늙지 않는 풀 3D애니메이션으로 재창조한다거나. (웃음) 물론 최근 CGI는 굉장한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비슷하게는 갈 수 있겠지만 결코 똑같은 아놀드를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터미네이터3>를 보고나면 <터미네이터4>를 위한 많은 단서들을 흘려놓았음을 알수 있다. 물론 모두 4번째 시리즈를 염두에 둔 것이지 않나. 물론, 매우 그렇다. 하지만 지금 <터미네이터4>를 만들 수 있냐, 없냐는 좀 성급한 일인 것 같다. 모든 것은 <터미네이터3>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 관객이 또다시 열광해주느냐에 달린 일이다.
<터미네이터3>에 대해 가장 알고 싶었던 7가지 [1]
<터미네이터3>에 대해 가장 알고 싶었던 7가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