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워싱턴의 고급 주택가 조지타운. 여배우인 크리스(엘렌 버스틴)는 12살짜리 딸 리건(린다 블레어)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사춘기 시절에 흔히 있는 정신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의사들은 ‘신경 장애’말고는 별다른 진단을 내리지 못한다. 날이 갈수록 리건의 발작은 심해지고, 병원에서는 조심스럽게 엑소시즘을 권한다. 귀신들린 것은 아니지만 자기암시로 병이 낫는 경우도 있다며. 크리스는 가톨릭 사제인 카라스 신부(제이슨 밀러)를 찾아간다. 심리학과 의학을 공부했던 카라스는 리건을 만나 대화하면서 악마가 소녀에게 들어갔음을 확신한다. 카라스는 교회의 상층에 신고하고 엑소시즘을 허락받는다. 그리고 엑소시즘의 대가인 노신부 메란(막스 폰 시도)과 함께 악마와 전쟁을 시작한다.
■ Review
“왜 하필 저 아이를”이라는 카라스의 질문에, 메린은 답한다. “우리를 절망하게 하기 위해서,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함을 의심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73년 개봉되어 공포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수익인 1억6500만달러를 벌어들인 <엑소시스트>가 지금도 유효한 것은 그런 이유다. <엑소시스트>는 여전히 끔찍한 두려움을 안겨준다. 너무나도 밝고 순수했던 한 소녀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악마에게 침범당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온갖 방법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광경을 볼 때 ‘절망감’이 느껴진다. <엑소시스트>는 ‘악마는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한다’는 말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이건 30년 전의 영화가 아니라, 지금도 자행되는 현실이라는 듯. <엑소시스트>는 1999년 <피플>과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선정한 ‘가장 무서운 영화’의 1위에 올랐다. <엑소시스트>의 ‘무서움’은 요즘 공포영화들과 다르다. 그 흔한 충격요법으로 관객을 현혹시키지 않는다. <엑소시스트>는 ‘악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근원적인 두려움’을 영화적으로 탁월하게 표현한다. 디지털 방식으로 리마스터링되고, 11분이 추가되어 2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상영시간이지만 <엑소시스트>는 지루하지 않다. 악의 모습을 정면으로 파고들어가는 <엑소시스트>는 시종일관 점층법으로 상승되어가며 관객을 자극한다. 신의 사랑은 몰라도 악의 존재만은 피부로 느껴지게 한다.71년 출간되어 미국에서만 2천만부가 팔린 <엑소시스트>는 1949년 메릴랜드에서 있었던 14살 소년의 엑소시즘 사례에서 영감을 받았다. 윌리엄 피터 블래티는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영화화를 타진하여 제작과 각색에도 참여했고, 3편에서는 직접 감독까지 맡았다. 2000년 9월 재개봉되어 4천만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인 <엑소시스트>의 감독판은 악마에게 지배당한 리건이 몸을 뒤틀어 거미처럼 계단을 기어다니는 ‘스파이더 워크’ 장면과 십자가로 자위하는 장면 등을 추가했다.김봉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