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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똥개>의 배우 정우성
2003-07-08

"쉽게 상처받는 주인공의 감정에 충실했어요"

"망가지려 한 적 없습니다. 오히려 진지해지려고 노력했죠." 연기생활 10년 만에 정우성이 마음껏 망가졌다. 코 밑을 타고 찍 흘러내리는 콧물은 기본. 머리에는 새집이 지어져 있고 한 이틀 정도는 얼굴에 물 한 방울 안 묻힌 것 같은 꾀죄죄한 얼굴이다.

지난 7일 오후 영화 <똥개>의 시사회가 열린 종로의 한 극장에서 정우성을 만났다.<똥개>는 별다른 꿈도 없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는 철민의 이야기. 원래는 순하지만 자기 밥그릇을 건드리면 화내는 '똥개' 같은 녀석 철민이 그가 맡은 역이다.

정우성의 연기 변신은 이 영화 감상의 핵심 포인트. 시사회 중 객석에서는 지저분하다 할 정도로 리얼한 모습에 탄성이 터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오래간만에 현실로 내려온 그의 모습에 대해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는 망가진 모습도 잘 어울린다는 말에 "망가지려 한 적 없다"며 입을 열었다.

"오히려 진지했어요. 철민의 성격이 작은 것에 상처받고 쉽게 삐치고 하는 성격이잖아요. 감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지 계산하면 표현이 안되죠. 그리고 많이 망가져 봤자 정우성 아니겠어요?"

정우성은 영화 전반에 걸쳐 '노 메이크업'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얼굴에 점이나 주름이 노출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 그다운 자신감이다.

<똥개>에서 정우성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것은 바로 사투리 연기. 영화 배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상도 밀양이다. 그의 경상도 말투는 대체로 무난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사투리 연기를 위해 따로 사투리 리허설을 마련할 정도로 완벽한 방언 재현에 최선을 다했다. 그가 사투리를 정복한 것은 전적으로 곽경택 감독의 덕분이라고. "무작정 감독과 같이 있는 시간을 늘렸다"는 것이 비결이다.

영화의 절정이 되는 장면은 후반부 유치장 싸움 장면. 투견장처럼 연출된 유치장 내부에서 철민은 숙적 진묵과 결투를 벌인다. 속옷 하나만 걸치고 싸우는 이 장면에서 정우성의 얼굴은 침과 피, 콧물로 범벅이 된다.

"콧물이나 침이나 다 진짜 제꺼예요. 이상하게 원래는 안 그러는데 철민의 감정이 돼서 울면 콧물이 자꾸 나오더군요. 촬영 당시 코감기가 걸려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정우성이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 철민으로 '변신'한 영화 <똥개>는 16일부터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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