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삼총사> 등 70년대 TV 시리즈 줄줄이 영화화
1970년대 미국 텔레비전의 히트 시리즈들이 무덤에서 일어나 스크린으로 돌진하고 있다. <AP통신>은 7월1일치 LA발 기사에서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개봉에 즈음해 1970년대 인기 TV시리즈의 영화화 붐에 주목했다.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 <환상특급> <아이 스파이> 같은 1950, 60년대 TV물이 할리우드에서 재활용된 역사를 생각하면 TV 유산의 발굴은 그리 새로울 것 없는 트렌드다. 그러나 최근 1970년대 TV시리즈의 영화화는 1995년의 <브래디 번치 무비> 같은 경우와 달리 호화로운 예산과 규모로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헐크>에 이어 영화로 만들어지는 추억의 TV시리즈 중 가장 개봉이 빠른 영화는 < 특수기동대 S.W.A.T. >와 <스타스키와 허치>. 1970년대 그리 오래 전파를 타지 못했으나 인상적인 액션신을 선보였던 < 특수기동대 S.W.A.T. >는 새뮤얼 L. 잭슨과 콜린 파렐이 주연을 맡고, <스타스키와 허치>는 벤 스틸러와 오언 윌슨이 타이틀 롤로, 스눕이 조연인 허기 베어 역으로 분한다. 이미 개봉한 조지 클루니 감독의 <컨페션>도 1970년대 TV쇼 호스트 척 배리스의 이야기다.
이 밖에, 1970년대 안방극장 히트작인 <판타지 아일랜드> <부부탐정>이 프로젝트 계발 중이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는 브라운관에서 거대한 스크린으로 옮겨가는 사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라는 부풀린 제목으로 영화화된다. 4년째 소문만 무성한 <원더우먼>도 제작자 조엘 실버가 필립 레벤스를 작가로 고용하면서 3개월 안에 감독, 배우 진용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원더우먼>과 <미녀 삼총사> 시리즈의 프로듀서인 레너드 골드버그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 인터뷰에서 후보로 거론되던 샌드라 블럭 대신 20대 초반이나 중반 여배우를 다이애나 프린스 역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할리우드 참새들이 거명하는 유력 후보는 ‘뱀파이어 사냥꾼’ 사라 미셸 겔러.
할리우드가 갑자기 나팔바지와 디스코 리듬에 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프로듀서 레너드 골드버그는 “현직 영화사 간부의 많은 수가 그 TV시리즈들을 시청하며 성장했고 호의적인 추억을 갖고 있다. 그 TV시리즈들은 지금보다 훨씬 스트레스가 적었던 시대를 회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튜디오와 제작자의 향수가 이유의 전부일 수는 없다. 당대에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로맨틱하고 과장스럽고 요란한 1970년대 대중문화의 키치적 스타일은 오늘날 할리우드의 기획자들에게 달콤함과 자극을 요하는 대형 오락영화의 좋은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상업 TV네트워크가 3개밖에 없었던 시대 덕분에 미국인의 집단 무의식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영화 소재로서 1970년대 시리즈가 자랑하는 강점이다. 일례로 흥청망청한 재미와 액션을 등지고, 리얼리티와 캐릭터를 강조하기 시작한 80, 90년대 미국 TV시리즈들은 한 세대가 흐른 뒤 다시 영화의 소재로 각광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싸구려’라고 혹평받아온 1970년대 미국 TV시리즈를 재평가하는 시선도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 학자 피터 바르다지는 “70년대 TV시리즈들은 그 과감성과 혁신성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미녀 삼총사>는 범죄와 싸우는 여성 영웅을 보여줬고 < 특수기동대 S.W.A.T >의 폭력 묘사는 시대를 뛰어넘었다. 이 작품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그같은 내용이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