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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주인공된 ‘백수’, ‘백조’
2003-07-07

직업이 없는 남녀를 뜻하는 '백수'와 '백조'가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뜨고' 있다. 백수ㆍ백조는 그동안 주인공에서 소외됐던 인물들. 이들이 그동안 '빛'을 못봤던 것은 보통 등장인물의 직업을 통해 줄거리나 에피소드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생활의 변화가 있어야 줄거리가 진행되고 별다른 이벤트가 진행돼야 에피소드가 생겨나는 것.

하지만, 더 이상 백수ㆍ백조들이 '어둠' 속에 숨어 있을 이유는 없다. 실업자 100만 명 시대에 이들의 존재는 낯설지 않다. 본인 스스로, 혹은 주변 가족들이나 친구들 중에 뜻한 바가 있어, 혹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오는 16일을 개봉일로 잡고 있는 곽경택 감독의 신작 <똥개>(사진)는 터프가이 정우성의 연기변신이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그가 맡은 철민은 별다른 꿈도 없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는 한심한 '녀석'. 청소나 빨래, 바느질 등 집안 살림이 하루 일과다.

이 영화에서 백수 철민의 별명은 바로 '똥개'. 일을 하라는 아버지의 잔소리에도 멍한 표정으로 어물쩍 받아넘길 뿐 빈둥거리며 게으름을 피운다.

속칭 'MJK(밀양 주니어 클럽)'의 멤버인 철민의 친구들도 그와 같은 처지다. 몰려다니며 빈둥거리던 이들은 후에 폐차장을 직장으로 잡는다. 남의 것은 넘보지 않아도 자기 것은 꼭 지키려는 '똥개'처럼 철민은 친구가 건달들에게 폭행을 당하자 이들과 맞서게 된다.

10월 말 개봉을 목표로 현재 촬영중인 <위대한 유산>의 두 주인공도 백수와 백조. 임창정이 연기하는 백수 창식은 명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빈둥거리는 고학력 실업자. 김선아가 맡은 백조 미영은 탤런트가 되려는 꿈이 있는 백조다.

형과 형수의 집에 얹혀 사는 창식은 취직을 못한 것을 두고 '사회가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사회를 버렸다'며 자기합리화를 하며 백수 생활을 버텨나가는 반면 미영은 어머니의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며 연체료를 '삥땅'치며 용돈을 번다.

비디오 연체료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며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다가 어느새 사랑이 싹트고 같이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이 영화의 송창용 프로듀서가 밝힌 제작의도는 "고학력 실업자가 많은 세태를 반영해 백수들이 펼치는 흐뭇하고 푸근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는 것.

TV 드라마 중에서는 SBS의 주말 드라마 '백수 탈출'(연출 오세강, 극본 한준영)이 백수들의 생활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이정진, 김현수, 남상미, 이정길, 변우민 등이 출연하는 '백수탈출'에서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백수.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을 비롯해 온 식구가 '백수'인 왕우람네 가족의 백수 탈출기다.

주인공 왕우람은 농구선수 출신의 백수. 덩크슛 세레모니를 연습하던 중 부상해 선수생활을 접었고, 아버지 왕천수는 회의 때 말실수로 직장에서 강제로 퇴직당한다. 할아버지 왕춘범의 경우는 애초에 직업을 가진 적이 없는 경우.

이밖에 청년필름은 인터넷 소설 <백조와 백수>의 판권을 사들여 동명 영화 제작을 준비중이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며 9월께 촬영을 시작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