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6일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와 프랑스의 CNC(Center National de la Cinematographi)가 주최하는 국제 공동제작 활성화를 위한 컨퍼런스가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의 핵심 주제는 국제 공동제작 활성화를 통해서 영화제작 자본조달 루트를 다양화하고, 공동제작 상대국간 시장을 공유함으로써 해외배급 활로를 개척하자는 것이었다. 양국은 그동안 공동제작에 관한 협약을 맺기 위하여 실무협의를 몇 차례 가진 바 있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에 관한 기본 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올해 칸영화제에서 이창동 장관이 프랑스 문화부 장관과 공식 미팅을 갖고, 양국 정부간 공동제작 협약체결을 위한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이번 행사의 취지는 양국의 영화제작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공동제작이 이루어질 경우 어떤 이익과 혜택을 서로가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이후 실무협의를 구체적으로 진행하자는 거였다.
양국의 영화제작 지원제도와 공동제작 사례발표가 있었다. CNC쪽의 프랑스 지원제도 발표가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프랑스는 현재 40개국 이상의 나라와 공동제작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여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매년 프랑스에서 제작되는 200여편의 영화 중 약 40%에 이르는 80여편의 영화가 공동제작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프랑스와 공동제작을 할 경우 가장 큰 이점은 프랑스 자국영화와 동일한 혜택과 지위를 갖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프랑스의 제작지원 제도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지원제도는 우리와 기본적으로 다르다. 약간의 도움이 아니라 지원을 받을 경우 실제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제도다.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프랑스와 공동제작한 한두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CNC를 통한 공식 공동제작이 아니라 프랑스 일부 프로덕션과의 공동작업(Co-Operation)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양국간에 공동제작에 관한 공식협약이 체결된다면, CNC의 지원을 받는 공동제작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한국영화가 국제 공동제작을 위해서는 영진위의 제작지원 제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것은 제작지원 제도라 함은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실제로 영화제작을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며, 무엇보다 국제 공동제작을 위해서는 우리도 거기에 걸맞은 혜택과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누군가의 시혜를 받기만 해야 하고,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공동의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언제나 슬로건에 불과할 수 있다.
한국영화가 국내외 시장에서 진정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수치상의 시장점유율은 허울에 불과하다. 제작배급 시스템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생산가능한 내부 인프라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장점유율 수치는 숫자에 불과하며, 언제든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 단순한 예로 관객동원 500만명 이상의 한편보다 50만명 영화의 10편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크린쿼터 논쟁의 핵심 중 하나인 한국영화 경쟁력 문제도 현재 시장점유율 수치의 숫자 논리가 아니라 내부 인프라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한국영화가 공동제작을 통해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만드는 주최인 내부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감독들이 발굴되어야 하며, 우리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구 가능한 영화 소재들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왕가위, 허우샤오시엔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감독들이 유럽과 일본의 자본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좋은 예이다. 현재 우리에게도 이런 가능성 있는 감독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해외에서 경쟁력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제작지원 제도가 아직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아울러 영화를 만드는 주최의 끈질긴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잘 앎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내부문제다. 한국 프랑스 공동제작 컨퍼런스도 이의 실천을 위한 노력이라고 본다. 더 주저하지 말고 속히 양국 정부간 공동제작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기를 바라며, 이를 토대로 영화산업 발전과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해외시장 개척이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이승재/ LJ필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