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틴하우스)가 17일 개봉한다. 서기 2142년 시실 섬을 배경으로 전쟁과 사랑을 그리고 있는 <원더풀 데이즈>는 그동안 줄줄이 흥행에서 참패했던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기대작. 기획까지 합하면 제작기간은 총 7년. 참여 스태프만도 350명에 ..." />
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인터뷰] <원더풀 데이즈>의 김문생감독
2003-07-02

"상상으로 뭐든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얻었다"

국산 애니메이션 기대작 <원더풀 데이즈>(제작 틴하우스)가 17일 개봉한다. 서기 2142년 시실 섬을 배경으로 전쟁과 사랑을 그리고 있는 <원더풀 데이즈>는 그동안 줄줄이 흥행에서 참패했던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기대작. 기획까지 합하면 제작기간은 총 7년. 참여 스태프만도 350명에 달하며 제작비는 120억원을 웃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팬들이 간절히 이 영화를 기다리는 것은 그 규모보다 처음 만나는 한국형 대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1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시사회가 끝난 후 만난 <원더풀 데이즈>의 연출자 김문생 감독은 "애 하나 낳은 기분이다"며 첫 기획 후 7년만에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어떤 것을 상상하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문생 감독과 일문 일답.

개봉 시기가 4월 25일에서 7월 17일로 미뤄졌다.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모니터 시사회를 갖고 감정이입이 덜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러닝타임 95분을 87분으로 줄여 드라마 흐름을 자연스럽게 했다. 또 개봉을 강행하는 것이 '자살행위'라고 느껴질 정도로 당시 시장상황이 좋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비쥬얼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일반적 평가다. 제작 과정에서 이런 고민은 어떻게 해결했나.

영화는 미장센(화면 구성)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책으로 읽으면 된다. 미래가 오늘 우리의 모습과 같다는 보편적 스토리를 극적 장치를 통해 표현해내고 싶었다. 스토리상으로 불친절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할리우드같이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영 어덜트'(Young Adult) 세대는 극적 재미를 만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26억의 제작비는 어떻게 회수할 계획인가.

욕심같아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200만명을 넘어보고 싶지만 1차 국내 관객동원 목표는 100만명 정도다. 나머지는 해외에서 회수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열린 칸영화제에서 프랑스 지역에 50만 달러(약 6억원)에 팔리는 등 스페인, 그리스 등과의 계약을 완료했으며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과도 국내 개봉 전에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다. 칸이나 캐나다에서 상영됐을 때 "아름다운 스토리"라며 현지 언론의 좋은 평가를 받는 등 해외 반응이 좋다. 20억 정도 소요 예정이었던 영어 버전 제작비는 미국 회사로부터 따로 투자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면 무도회 장면의 하회탈이나 암호로 한글이 등장하는 등 한국적 요소가 많이 들어 있다.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감안한 것인가?

의도적으로 그런 장면을 포함시킨 것은 아니다. 하회탈은 내 별명이기도 하지만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좋아하는 탈이다. 암호로 한글 풀어쓰기가 사용된 것도 디지털화하면 한글이 풀어쓰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사용했을 뿐이다. 암호 내용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뜻이다.

더빙에서 특별히 신경쓴 점은 무엇인가.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는 녹음의 질감이 좋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질감이) 좋을 때까지 (녹음)하자는 원칙으로 작업했다. 대사부분을 구어체화시키려고 수차례 시나리오를 변경했으며 세 주인공의 캐릭터가 밝지 않아서 조연의 목소리를 밝게 처리했다.

제작기간이 원래 7년이었나?

기획까지 포함하면 7년이고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간 것은 5년 정도로 보면 된다. 원래 계획보다 1년 반 가량 더 걸린 셈이다. 모범이 될만한 기존의 비슷한 작업이 없었다. 여러 문제를 스스로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시행착오의 시간이었다.

수백명의 스태프들이 내 다음 영화를 통해서나 혹은 각자의 다음 영화를 통해서나 이 영화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펼쳐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원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로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있나.

O.S.T.나 영상 소설 외에 모바일 게임, 아케이드 게임, 액션 피겨, 온라인 게임 등을 진행중이다. 리얼리티를 위해 캐릭터를 단순화하기보다는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캐릭터 사업쪽으로는 수익을 포기하고 간 부분도 많다. 영화 흥행이 잘 되면 이쪽도 잘 풀릴 것으로 본다.

차기작으로는 어떤 영화를 구상중인가.

시대극에 SF적 요소를 섞어놓은 작품으로 현재 시나리오 초고가 나온 상태다. 실사영화로 만들고 싶은 것이 욕심이지만 애니메이션으로 할지 실사로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원더풀 데이즈>의 프랑스 배급사 파테영화사가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전달해 온 바 있다.

영화의 배경에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많이 포함됐다던데.

주로 주변에 있는 것들을 보고 디자인했다. 초반 오토바이 장면은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서울 오는 길을 변형시켰으며 버림받은 도시 마르는 청계천 주변을 바탕으로 했다. 컨트롤 룸인 델로스 타워는 부처님 오신날 봤던 봉은사의 연등행렬에서 따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