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을래? 낫(Not) 반말, 아름다운 밤이에요." 장혁, 이나영 주연의 영화 <영어 완전 정복>(감독 김성수, 제작 나비픽쳐스)에는 파란 눈의 서양인이 비중있는 역으로 출연한다. 호주 출신 연기자 안젤라 켈리(27.여.Angela Kelly)가 그 주인공. 그동안 장쯔이(무사), 장백지(파이란) 혹은 나카무라 도오루(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 중국이나 일본 출신 동양배우가 한국 영화에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노란 머리의 백인이 조연급으로 출연하기는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영어 완전정복>은 부족한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려는 두 남녀, 문수(장혁)와 영주(이나영)의 사랑이야기. 안젤라 켈리가 맡은 캐시는 극중 '바람둥이' 문수의 작업 대상이 되는 미모의 영어 강사로 문수를 좋아하는 영주로부터 시샘을 받는다.
'낫 반말'식의 콩글리쉬부터 '아름다운 밤이에요' 같은 꽤나 긴 어려운 문장까지 그동안 익힌 한국 말을 '자랑'하는 안젤라 켈리를 6월 29일 밤 영화 촬영이 진행중인 경북 예산에서 만났다.
시골의 전통 한옥에 마련된 촬영장에서 그는 두 주연배우 못지 않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쭉쭉 뻗은 몸매나 예쁜 외모 못지 않게 스태프들을 사로잡은 것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라는 사실. 'Hello'나 'STAR', 'Mosquito(모기)'식의 간단한 영어 단어부터 말은 한국말이면서 액션만 영어식인 '바디 잉글리시'까지 현장의 스태프들은 자신들의 영어가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흐뭇해 하고 있었다.
"대부분 스태프들이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은 것은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신기한 것은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분들도 몇주 같이 지내다 보니 같이 농담을 주고 받게 되더란 것이죠."
그가 한국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이 영화의 오디션에 응하면서다. <무사>의 후반작업을 호주에서 진행하며 시드니와 인연을 맺은 김성수 감독은 연기력을 갖춘 외국인 배우를 찾기 위해 현지에서 오디션을 열었고 춤이나 노래,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던 켈리를 캐스팅했다.
일주일 가까이 진행중인 시골 촬영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자 "전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저도 시골 출신이거든요. 산이나 벌레나 모두 익숙하죠. 화장실이요? 호주에도 비슷한 화장실 있어요. 땅 위에 구멍있는 게 '기본적으로는' 비슷하게 생겼죠."
그가 평가하는 두 주연 배우들의 영어실력은? 결과는 이나영의 판정승. 그는 "같이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발음도 좋고 어휘도 많이 안다"며 이나영의 영어 실력을 칭찬했다.
한편, 장혁에 대해서는 "매우 섹시하다(So sexy)"는 답이 과장된 '액션'과 함께 돌아왔다. "처음에는 그저 잘 생긴 남자(Nice Looking boy) 정도로 봤는데 같이 지내보니 너무나도 매력적인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젠틀하고 스마트하고, 열정도 넘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섹시하고…."
뮤지컬 '애니', '레미제라블'과 'TV드라마 '오스트레일리안 엣 워', '밤발루' 등에 출연하 바 있는 그는 현지에서는 꽤 알려진 주연급 여배우. 하지만 장편 영화로는 <영어 완전 정복>이 처음이다. 이유는 호주 영화산업이 한국처럼 활발하지 않기 때문.
"호주가 한국보다 인구는 3배 정도 많지만 영화 제작이 한국처럼 활발하지는 않아요. 미국 영화가 돈도 더 많이 투자했고 경쟁력도 더 좋으니 상대적으로 호주영화의 설 자리가 없는 편이죠."
한국은 물론 아시아 방문도 처음이라는 그는 11주째라는 한국 생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장 공장장이다" 정도는 거뜬히 해내며 '한국어 완전 정복'에도 재미를 보고 있고 스태프들이나 배우들과도 잔뜩 정이 들어 있었다.
"시사회 무렵 다시 한국에 올 생각입니다. 계속 한국말 공부도 하고 싶고요. 다른 한국 영화요? 기회가 되면 당연히 출연해야죠." 안젤라 켈리는 12일 호주로 돌아갈 예정이다. (예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