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문광위, 폐지론 주장한 재경부에 집중포화
스크린쿼터제(이하 쿼터제) 현행 유지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를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결속하고 있는데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등도 이에 질세라 쿼터제 유지의 뜻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6월27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상임위원회 전체회의는 이러한 분위기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 김광림 차관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집중포화가 이어지자 결국, “쿼터제와 투자협정을 따로 협상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동안 김진표 장관을 비롯하여 재경부는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위해 쿼터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대신하여 자리한 김 차관도 이날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영화산업도 시장원리와 자유경쟁을 따라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며 “쿼터제 감축에 대한 미국쪽의 요구가 이전과 달리 강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뒤이어 발언한 오지철 문화관광부(이하 문화부) 차관은 “한-미투자협정이 체결되면 투자유치 효과가 40억달러에 달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영화산업의 중요성은 일반제조업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쿼터제를 둘러싸고 강하게 맞서온 두 부처 차관의 설전이 끝나자 국회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김 차관의 쿼터제 축소 주장을 조목조목 압박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미국은 영화업계와 정부와 의회가 같이 가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GATT, WTO 등의 협약이 시청각 서비스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김성호 위원도 “점유율에서 보여지듯 쿼터제가 (할리우드영화의) 상영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태원 대표(태흥영화), 이춘연 이사장(영화인회의) 등 국회를 찾은 20여명의 영화인들은 이날 회의가 끝나자 대부분 밝은 표정. 하지만 “쿼터제 폐지 조건으로 영화계 지원을 늘린 것”이라는 김 차관의 답변에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광수 청년필름 대표는 “98년에 기획예산처와 재경부 등이 예산을 짜면서 쿼터 축소를 전제로 5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국고 지원을 늘렸다”는 김 차관의 답변과 관련하여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하고 “누구랑 약속했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한편, 70개국 400여개 문화단체들로 구성된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INCD) 등이 한국의 쿼터제 지지 의사를 밝힌 메일을 청와대 등에 보낸 것에 이어 멕시코, 캐나다,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독일 등지의 현역 감독과 NGO들도 속속 사이버 지지에 나서고 있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