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 트릭 쓰지 않고 ‘쫓는 형사’와 ‘쫓기는 범인’ 사이의 관계를 스트레이트하게 보여주는 영화 <와일드카드>는 이리저리 눈치보는 것보다는 자기가 할 줄 아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하는 게 영화적으로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일반적으로 관객은 이야기나 감정의 선, 또는 ‘그림’의 독창성을 즐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모든 것을 떠나 영화가 주는 솔직하고 묵직한 어떤 느낌을 전해 받기를 원한다. 찍는 사람들의 뚝심 비슷한 어떤 것 말이다. 신기하게도 이것은 그림이나 내러티브와는 별로 상관없이 전체적인 ‘분위기’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와일드카드> 역시 그런 부류에 속하는 영화 아닐까 싶다.
<와일드카드>의 음악은 조성우가 맡았다. <고양이를 부탁해> <봄날은 간다> 등 수많은 한국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조성우는 물론 멜로나 로맨틱코미디가 더 어울리긴 하지만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다. <와일드카드> 같은 형사물도 자기 식으로 소화한다. 조성우의 음악과 약간의 거리가 있는 강한 드럼 비트라든가 진취적이고 와일드한 기타 사운드 같은 것은 평크 밴드인 ‘타카피’의 음악이 보충한다. 형사들의 애환이라든가 잠깐의 로맨스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때에는 조성우의 감상적이고 심플한 음악이 친 펑크 비트가 자기 몫을 하는 식이다.
타카피는 2002년에 첫 앨범 를 냈으니까 앨범만으로 보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밴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홍익대 주변에서 밴드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97년으로 공연 활동까지 합하면 꽤 관록이 있는 밴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1집이 조성우가 이끄는 영화음악 전문 레이블인 M&F에서 나왔다는 것. M&F는 이처럼 다양한 색깔의 뮤지션들을 보유하고 영화에 따라서 그때그때 적절히 음악을 사용하는 폭넓음을 보여준다. 타카피는 이미 <조폭 마누라> <교도소 월드컵> 등의 영화에서 그들의 음악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런 걸 보면, 조성우는 자기 음악의 스타일과 방향성, 한계 같은 것을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보충할 파트너를 찾는 데에도 능숙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음악감독으로서 한 영화의 음악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다보면 선곡, 작곡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음악을 소화해야 한다. 조성우는 이런 면에서 폭이 넓은 영화음악가라 할 수 있다. 물론 조성우의 감상적인 음악이 <와일드카드> 같은 형사물의 속도감을 과연 제대로 따라가고 있느냐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와 <와일드카드>에서의 스코어가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 더 장면에 적극적으로 따라붙는 속도감 있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너무나 많은 영화에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제작자들은 여전히 조성우의 음악을 선호한다. 지루함을 능가하는 어떤 ‘자질’을 그의 음악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무얼까. 내 생각에 그것은 영화를 방해하지 않는 음악적 담담함일 것이다. 그것만 해도 꽤 내공이 드는 일이다.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