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분짜리 무삭제판 출시
1984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가 미국에서 개봉된 뒤 유럽 편집본이 알려지기 전까지 1년 동안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쏟아지는 혹평에 절망에 빠졌다. 139분짜리로 공개된 이 작품을 ‘그해 최악’으로 뽑았던 한 평론가는 229분짜리를 보고 나선 <원스 어폰…>을 ‘80년대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고 하니 그 차이를 짐작할 만하다.
한국에서도 139분짜리로 개봉됐던 이 영화가 20년 만에 229분짜리 무삭제판으로 내달 4일 비디오와 디브이디로 출시(워너 홈 비디오 코리아)된다. 중간에 210여 분짜리 비디오가 나오긴 했지만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회화보다 더 깊은 색감을 담고 있는 이 영화의 화질을 제대로 구현하기엔 무리였다. 디브이디엔 해외평론가의 코멘터리와 레오네, 제임스 우즈 등의 인터뷰가 포함된 짧은 다큐멘터리도 실렸다. 20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갱스터 무비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이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장대하고 쓸쓸한 대서사시다.
금주법과 대공황의 시대, 뉴욕의 뒷골목 친구들이 밀수업자로, 갱스터로 커가는 과정에서 겪는 우정과 배신의 이야기. 30년대 뉴욕역을 떠나려는 누들스에서 장면이 바뀌어 희끗한 머리로 뉴욕으로 돌아오면 <예스터데이>가 흐르는 60년대다. 30년대 중국인 가게에서 아편을 피우는 누들스 곁에 울리던 전화벨 소리가 계속되며 이미지들의 몽타주가 이어지던 장면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 영화는 편집의 교본이라고도 불릴 만한 작품이다.
레오네 감독은 이 갱스터들을 절대 영웅화시키거나 스타일 있는 모습으로 그리지 않는다. 비정한 거리에서 피보다 진한 우정으로 맺어지지만 배신과 의심, 결국 자신의 길을 걷게 되는 친구들을 통해 그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진실되게 드러낸다. 영화의 오프닝과 마지막에 흐르는 노래 <갓 블레스 어메리카>가 이렇게 구슬프게 들리는 영화가 있을까. 레오네는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과 장면을 정확히 일치시키며 감성을 음악에 실어나른다. 먼지 아른한 창고 안에서 <아마폴라>가 흘러나오며 발레를 하던 어린 데보라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 장면일 것이다. 20년의 세월에도 로버트 드니로, 제임스 우즈의 연기는 소름이 돋는다.
이탈리아 출신 레오네의 시선엔 분명 국외자적인 것이 있었다. 그랬기에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턴>에서 그는 존 웨인 식의 서부극 영웅에 조소를 보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레오네는 어떤 이보다 더 미국인의 원형질을 낭만적인 서사시로 그려냈다. <대부>가 차갑고 비정한 느낌이라면 <원스 어폰…>은 그저 가슴을 아리게 한다. 229분의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