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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철 프랑스 극장 대바겐 세일
2003-06-24

휴가철이 시작되는 6월말로 접어들면 프랑스 전역의 상점들은 일제히 ‘세일’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파격적인 가격으로 행인을 유혹한다. 이렇게 일년에 두번, 여름과 겨울에 펼쳐지는 전통적인 대규모 세일에서 최소한의 지출로 좋은 물건을 건져보려는 알뜰 시민의 발걸음은 더욱 부산해지기 마련이다. 모든 진열대가 세일상품으로 넘쳐나는데 극장가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 22일부터 열리고 있는 ‘영화 잔치’(La Fete du cinema)는 프랑스 극장들의 정기 대 바겐세일인 셈이다.

매년 6월 넷째주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사흘간 입장료를 대폭 할인해 주는 이 행사는, 맨처음 관람할 때의 입장료만 약 8~9유로의 정상가격으로 내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전국 5천여 상영관에 걸린 모든 영화를 한편당 1.5유로(2천원)에 볼 수 있도록 한다. 사흘간 부지런히 극장들을 누비면 평소보다 4배 정도 할인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동안 밀린 영화들을 마음껏 폭식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지갑이 얇은 ‘시네필’이나 이벤트의 흥겨운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행사 때마다 평균 300만~400만명 가량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영화 잔치’에는 200여편 이상이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개봉작만 무려 15편에 이르는 등 그동안 배급사 창고에서 기다리던 프린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무더위가 계속되는 날씨에 걸맞게 <다크니스> <큐브2> <분노의 질주2> 등 공포와 액션 장르의 신작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 3D 버전과 파졸리니의 <마태복음> 복원판 등 고전영화의 재개봉도 평소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극장연합이 주관하고 CNC, 문화부 등이 후원하는 이 행사의 뒷면에는, 프랑스에서 비수기로 접어드는 바캉스철을 앞두고 ‘파격 할인’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영화에 대한 관심을 좀더 확산시켜 관객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모아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텅 비게 되는 객석을 조금이라도 채우기 위해 여름 내내 다양한 할인행사들이 이어지는데, ‘영화 잔치’는 그러한 행사들의 애피타이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리에선 7월2일부터 15일까지 ‘파리- 시네마’라는 축제가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파리 시청이 올해 처음 시도하는 영화축제로 시내 각종 상영관에서 모리스 피알라, 장궈룽 등 여러 시네아스트에 대한 회고전과 미개봉작 등을 일반 요금의 절반인 4 유로에 제공하며, 이와 함께 각종 전시와 강연회 등을 개최한다.

아무튼 관객이 극장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파격 세일’을 끊임없이 기획하는 극장연합과 시청 덕분에,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자들은 어두운 객석에서 부담없는 피서를 즐기며 여름을 잊을 수 있게 됐다. 파리/여금미·파리3대학 영화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