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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성공한 대종상시상식
2003-06-21

지난 12일 개막한 제40회 대종상영화제가 20일 오후 열린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작품상을 안겨주며 막을 내렸다. 전국 500만 명에 육박하는 빅 히트를 기록한 <살인의 추억>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조명상 등 네 부문을 휩쓸며 최다관왕의 영예를 안아 흥행과 비평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재차 확인받았다.

한편, 흥행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지구를 지켜라>는 신인감독상과 남우조연상, 음향기술상 등 세 부문을 수상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두 영화 모두 제작사 싸이더스의 작품으로, 이 영화사는 공로상을 제외한 20개 시상 부문에서 <살인의 추억>과 <지구를 지켜라> <로드무비> 등 세 편의 영화로 아홉개 부문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해마다 로비와 외압 시비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는 대종상영화제는 올해 대체로무난한 수상자 명단을 내 놓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예심 과정에서 있었던 투명성 논란은 대종상이 과거의 혼란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점이다. 집행위 측은 애초 일반 심사위원단과 전문 심사위원단의 비중을 5:5로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예심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야 4(일반 심사위원):6(전문심사위원)으로 변경했다고 번복했으며, 예심 점수의 합계과정에서도 "산술적으로 숫자를 합치지는 않고 '아날로그적'으로 집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일반 심사위원단의 투표에서 한 표밖에 나오지 않은 장나라를 후보에 올린 것도 일반인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시상식장 주변에 시장 거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협찬사들의 홍보 부스가 넘쳐났고, 시상자 중에 협찬사 인사가 다수 포함된 것도 다른 영화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듯하다.

올해 영화제는 적어도 시상식에서는 '흥행'에서 성공을 거둔 듯하다. 전체 3층인 대규모 시상식장은 일반영화팬으로 성황을 이뤘고, 처음 시도하는 후보작 상영도 일부 영화는 매진을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중단됐던 TV 생중계도 올해 다시 이뤄졌다.

하지만, 시상식에 수상자나 시상자를 제외한 영화인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사실은 영화인이 주최하는 '최고의 영화상'이라는 권위를 무색케 했다. 행사의 서툰 진행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