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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후의 만찬> 이종원
2003-06-18

'이보다 더 망가질 순 없다!' 망가지는 게 유행이라고 할 정도로 최근 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흔한 일이 됐다. 느끼한 모습의 차승원은 기름기를 쪽 뺀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고 있고, 올 최고의 흥행작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김하늘은 '촌닭'으로 망가졌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서 '뽀글이' 파마 머리의 경상도 사나이로 변신한 차태현이나 <똥개>에서 소도시 삼류 건달로 눈에 힘을 뺀 정우성도 '치열하게' 망가지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아무리 망가졌다 해도 <최후의 만찬>의 이종원(33)만은 못할 것 같다. 그는 1988년 연예계 데뷔 이래 처음으로 코미디 영화에 출연해 빵과 소주로 하루를 시작하는 '생 양아치'로 변신한다.

빡빡 깎은 깍두기 머리에 '에이 게쉐이~'식의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은 기본. 자연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에 편의점에서는 야한 잡지나 뒤적이며 깐족이는 모습이 '청춘의 덫', '젊은이의 양지' 등의 TV 드라마나 <밀애>나 <나비> 등 영화 속의 점잖은 모습과는 180도 다르다.

<최후의 …>는 91년 <열일곱살의 쿠테타> 이후 그가 출연하는 일곱 번째 영화. 지난해 <밀애> 출연을 밝히면서 "한동안 영화판에서 뒹굴어보겠다"고 말한 뒤 세 번째 출연작이다.

삼류건달, 전직의사, '명품족' 여성 등 인생의 막다른 곳까지 내몰린 인물들의 만남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휴먼 코미디 <최후의…>에서 그가 맡은 역은 상대파 보스를 다치게 하고 킬러에게 쫓기는 건달 '건봉'. 염세적인 의사 세주역을 맡은 김보성과는 배역이 서로 바뀐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이다.

17일 밤 촬영이 한창인 전주에서 만난 그는 넉살좋게 촬영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너, 치마 줄여 입었지?"라며 여고생 엑스트라를 놀리기도 하고 촬영 현장 주변에 몰려든 전주 시민들에게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는 등 능청스러운 코믹 배우로 변해 있었다.

"새로운 영화에 들어가면 그 역에 완전히 빠져 살아요. <밀애> 때는 상대배우 (김)윤진씨와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말수를 줄이며 거리를 뒀거든요. <최후의…> (촬영) 들어가서는 기분을 '업(up)'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장난도 많이 치고 엉뚱한 소리도 하고…."

<최후의…>는 이종원의 영화 이력에서 꽤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 <밀애>나 <나비>나 흥행에서 실패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뛰어든 그 자신이나 관객들에게나 기대에는 못미쳤다.

그는 "현재까지 자신의 연기에 대해 100%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건봉 역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코미디 연기에는 대본 이상의 애드리브나 '설정'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미 코미디 쪽에서 인정받는 (김)보성이 형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종원은 한동안 드라마 촬영을 고사하고 영화 출연에 전념할 계획이다. 사실, <열일곱 살의 쿠테나>나 <푸른 옷소매> 등의 영화에 출연하던 20대 초반부터 궁극적인 목표는 영화배우로 성공하는 것이었다고.

"방송에 끌려가다보면 연기가 느슨해지거든요. 계속 TV 드라마에만 출연하는 것은 지금의 제 연기인생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작품 하나하나를 연구하며 '그림'을 그려나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한동안은 영화로 승부를 봐야죠." <최후의 만찬>은 10월 초쯤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전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