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기획시대)을 연출한 봉만대(奉萬大ㆍ33) 감독은 에로영화를 어엿한 장르로 인정하고 양지에서 자연스럽게 즐겨야 한다고 역설했다.봉만대 감독은 <맛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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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봉만대 감독
2003-06-18

"섹스에도 햇볕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에로영화를 방에 틀어박혀 볼 것이 아니라 떳떳이 거리로 나와 극장에서 봐야 합니다." 27일 개봉 예정인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제작 기획시대)을 연출한 봉만대(奉萬大ㆍ33) 감독은 에로영화를 어엿한 장르로 인정하고 양지에서 자연스럽게 즐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봉만대 감독은 <맛있는…>이 극장용 영화로는 데뷔작이지만 흔히 16㎜영화로 불리는 비디오용 장편영화는 15편이나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이 16번째 작품인 셈이다. 그는 <연어>, <이천년>, <귀공녀>, <모모> 등을 통해 탄탄한 줄거리와 빼어난 영상미를 과시함으로써 에로비디오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제목이나 여배우 사진이 아니라 감독 이름만 보고 선택하게 만드는 스타 감독이 됐다.

"섹스보다 재미있는 소재가 없고 에로 만큼 경쟁력 있는 장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음지에 놓여 있는 에로 비디오 시장에 관심을 비추도록 하는 게 제가 할 몫의 하나이지요. 저 하나 잠깐 주목받고 끝나면 안됩니다."

그는 막상 양지에 나와보니 세상이 에로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비디오용 영화를 찍을 때의 50배(14억원)나 되는 제작비를 쓰다보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벽에 부딪혔다.

제목에 섹스란 단어가 들어 있어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성인인증 절차 없이는 볼 수가 없었다. 네티즌들이 참여하는 홍보 이벤트를 펼칠 때도 제목을 <맛있는 XY 그리고 사랑>으로 바꾸는 소동을 빚었다. 포스터 문구도 `유해광고선전물'이라는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에서 반려됐고, 지하철 역에 붙인 포스터가 시민들의 항의로 철거되기도 했다.

조연급인 김서형과 모델 출신의 김성수가 첫 주연을 맡은 <맛있는…>은 자유로운 사랑을 꿈꾸는 의상 디자이너가 병원에서 일하는 호스피스와 우연히 만나 격정적으로 사랑에 빠져들었다가 이내 서로 조금씩 부담을 느끼며 멀어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봉감독은 `작가주의 에로감독'이라는 별칭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다양하면서도 새로운 정사장면을 보여주며 극장용 에로영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을 반복했지요. 제가 먼저 남녀 배우와 차례로 시연한 뒤 배우끼리 해보도록 시켰는데 현장에서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즉석에서 스태프들을 동원해 제가 시범을 보였지요. 연출부에서는 저의 상대가 된 스태프를 `섹스 마루타'라고 부르더군요."

봉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끝까지 놓치지 않았던 단 하나의 생각은 지금 관객들이 대형화면으로 보고 싶어하는 장면을 가식없이 실감나게 보여주자는 것. 말로 하는 대화보다 몸으로 나누는 대화가 더 솔직할 수 있다는 점을 관객들이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현대 젊은이들의 성관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이런 형태로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는 커플도 있지 않겠어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