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리걸 컨트리사이드 시네마’에 들러 간판에 걸려 있는 <엑스맨2> 혹은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보려고 한다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14개 상영관에는 액션 영웅들의 활약이 아닌 예수에 대한 찬양이 울려퍼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고전적인 교회 스타일에 싫증 혹은 거부감을 보이는 젊은 세대를 위해 극장을 예배장소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할리우드의 사운드트랙 대신 찬송가가 울려퍼지는 극장 수는 갈수록 늘고 있어 리걸 엔터테인먼트 그룹 극장 체인의 경우, 현재 50개 교회가 이 그룹의 극장을 이용하고 있다.
일요일 아침 시간대의 극장을 예배 장소로 쓰는 현상은 극장과 교회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리걸 그룹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레이 너트는 “이 모험이 지닌 잠재력이 아주 커서 기업에서는 좀더 많은 종교집회를 유치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전했다. 로즈 시네플렉스의 이벤트 담당 책임자는 “영화를 틀지 않고 있는 일요일 아침, 극장에서 예배를 보지 말란 법이 어딨나? 그건 극장에 좀더 나은 수입을 보장해준다”고 말했다.
교회가 멀티플렉스를 선호하는 건 그 장소가 지역사회에서 잘 알려진 곳이고 젊은 성인층에 호소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메릴랜드 애너폴리스의 크라운 극장에 터를 잡은 한 교회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지속돼온 교인의 감소 추세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워싱턴의 한 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시장 한복판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