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Screen Quota) 제도는 영화상영관이 연중 일정기간을 한국영화의 상영에 할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현행 영화진흥법 제28조는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연간 대통령이 정하는 일수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영화진흥법 시행령 13조는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2 이상'으로 규정해놓았다. 연중 무휴로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 스크린쿼터 일수는 146일이나 실제로는 106일이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설, 추석, 연말연시, 여름방학 등 성수기에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경우에는 하루를 3분의 5일로 계산해주고 있으며 전국통합전산망에 참여하면 20일을 경감해준다. 문화관광부 장관이 한국영화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시ㆍ군 지역의 상영관에 대해서는 40일 범위 안에서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경우를 합쳐 40일을 초과할 수는 없다. 이를 여길 경우에는 미달 일수에 해당하는 날짜 만큼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20일 초과분에 대해서는 하루에 이틀분 영업정지).
스크린쿼터가 처음 도입된 것은 제2차 영화법 개정이 이뤄진 1966년이었다. 당시에는 수입추천권이 허가제로 운영돼 사실상 외화의 국내 진출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었다.
1985년 외화 수입이 자유화된 데 이어 88년 할리우드 직배사가 진출하자 위기감은 크게 고조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외화의 높은 수익률에 집착한 영화상영관들의 편법 운영과 주무당국의 관리 소홀로 스크린쿼터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자 영화인들은 93년 스크린쿼터감시단을 결성하고 나섰다. 시단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요 개봉관이 한국영화를 상영한다고 신고한 뒤 실제로 외화를 상영한 날짜는 연평균 93년 48일, 94년 51.7일에 이르렀다.
감시단의 꾸준한 노력과 한국영화의 관객 동원력 회복에 따라 위반 사례는 최근 거의 없어졌지만 이제는 미국의 통상압력과 경제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한 사회 일각의 축소 주장에 따라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됐다.
영화계 내부에서도 스크린쿼터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영화관 경영주들은 지난 94년 스크린쿼터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신청했다가 기각 결정을 받기도 했고, 지난해 영화제작가협회가 외화는 6대 4, 한국영화는 5대 5로 배급사와 영화관이 입장수익을 배분하는 부율을 시정하자고 나서자 또다시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일부 영화학자도 중국이나 이란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크린쿼터를 우리나라처럼 엄격히 시행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을 들어 `언제까지 고집할 수는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40%를 계속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도 축소 불가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경제학자 가운데서도 미국의 통상압력이나 경제관료들의 이른바 국익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스크린쿼터가 한-미투자협정의 전제가 될 수 없을 뿐더러 한-미투자협정 자체의 효과도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단체와 시민사회단체도 문화산업과 공공 서비스는 자유무역에서 예외가 돼야 한다는 논리로 영화인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