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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화제의 뉴 프로젝트 11편 미리보기 [4]
박은영 2003-06-13

이건동 감독의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초보 순경의 야시시 내사랑 쟁탈전

Director's Story

90년대 중반 뉴욕대 영화·TV제작과에 들어갔을 때, 이건동(35) 감독의 머릿속에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다. ‘경영 전공이 아니면 대학을 보내지 않겠다’는 부친의 눈을 피하기 위해 1991년 미국에 당도한 이래 한 학교에서 1년 이상 붙어 있지 않았던 그였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인디애나, 필라델피아의 대학을 돌며 연극, 무용, 스페인어, 아동심리학 등 거듭 전공을 바꿔간 것은 끝없는 여정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과 관련이 깊다. 만약 그때 그가 뉴욕에서 곽경택 감독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더 많은 대학과 전공을 섭렵했을지도 모른다. 우연한 기회에 곽 감독의 <영창이야기>에서 붐마이크를 들게 된 그는 영화의 맛, 그리고 사람의 맛을 알게 됐다. “경택이 형처럼 인간적인 사람은 처음 만났다. 그리고 영화란 게 결국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이니 여행과 비슷한 느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97년 졸업할 때만 해도 그에게 영화감독이란 일은 당면한 미래가 아니었다. 그저 힘든 과정을 마쳤다는 사실이 흐뭇할 뿐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쳤다. 대장암 판정을 받은 것. “곧 죽는다고 생각하니 가족과 함께 영화가 떠오르더라.” 다행히도 다른 병원에서 오진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건동 감독은 바로 단편영화 작업에 들어갔다. 영화화까지 도달하지 못한 몇몇 작품에서 연출부를 거친 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를 통해 본격적인 영화감독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Behind Story

그가 이 영화를 떠올린 계기는 엉뚱하다. 미국에 있을 때, 그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왕자와 기숙사에서 친하게 지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됐건만 갈 곳 없는 그를 딱하게 여겼는지, ‘왕자’는 미국의 별장으로 동행을 청했다. 코네티컷의 별장촌에 다다른 순간, 그의 입은 떡 벌어졌다. 10여채의 건물이 듬성듬성 있고, 호숫가에 사슴이 뛰노는 그곳에서 그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때 막연히 크리스마스의 설레는 마음을 영화로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때마다 유난히 즐거운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시나리오 초고를 쓰던 당시 이 프로젝트의 제목은 <에로 크리스마스>였다. “한마디로 <숏컷>의 에로버전이었다.” 형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고 22명의 캐릭터가 나오는 ‘에로 앙상블 드라마’를 구상했던 것. 그는 뉴욕에 있을 때부터 갖가지 에로비디오에 ‘심취’해왔다. “무엇보다 에로영화는 동심에 기반한다고 본다. 그 얼마나 순수하냐.” <에로 크리스마스>는 기회가 된다면, 언제라도 에로비디오도 연출할 생각이 있는 그다운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상업영화의 기준에서 캐릭터는 너무 많았고, 이야기도 집중돼야 했다. 결국 16명의 인물을 날려버려야 했고, 영화는 초보경찰과 건달 보스, 그리고 이 둘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볼링장 직원을 중심에 둔 에로코믹드라마로 자리잡게 됐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설렘과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경쾌하게 담아낼 이 영화의 주된 공간은 대전시 유성구다. 이건동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그에게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지금은 화려한 유흥가가 됐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완전 ‘깡촌’이었다는 것. 시간적 대비뿐 아니라 유흥가와 군부대, 사이비 도사들과 과학단지 등 이질적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이곳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는 이야기다. 이건동 감독의 고향 선배와 동료로 이뤄진 ‘건달’ 조직이 협조를 약속했기에 촬영에 큰 걸림돌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한여름에 겨울 이야기를 찍는다는 사실만큼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장애물이 될 것 같다. 눈으로 ‘위장’할 소금 수백 가마니와 배우들 옷에 넣을 얼음주머니 등을 준비했지만, 12월의 싸늘함과 크리스마스의 설레는 분위기를 전하려면 스탭들의 땀샘이 마를 수 없을 듯하다. 5월25일 크랭크인해 9월 중순 촬영을 마칠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이혜정 socapi@hani.co.kr

제작사

튜브픽처스

출연 |

차태현,김선아

개봉예정 |

12월

S t o r y

대전 유성의 온천촌에서 자란 성병기(차태현)는 초보 순경. 그의 꿈은 ‘온천파’ 두목 석두(박영규)를 잡아넣는 것과 볼링장에서 일하는 민경(김선아)과 사귀는 것.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 민경을 향한 병기의 도전이 시작되지만 갑자기 석두가 적수로 등장한다. 민경이 의외로 석두에게 끌리자 병기는 석두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유성을 찾은 에로영화 제작팀, 여자친구와 섹스를 해보려는 나이트클럽의 10대 삐끼들, 석두네 온천파를 제압하려 기습하는 칠용파 등이 얽히면서 우왕좌왕, 좌충우돌 크리스마스를 맞게 된다.

유상곤 감독의 <페이스>

다섯 번째 얼굴‥ 그리고 범인은?

Director's Story

온 식구가 단칸방에서 복닥거리던 시절, 늦은 밤 홀로 깨어 <주말의 명화>를 시청하던 유상곤(35)은 십대 초반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맘먹었고, 그뒤 단 한번도 한눈팔지 않았다. 그는 “나도 저런 걸 만들어서 남한테 감동을 주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을 경성대 연극영화과, 파리영화학교(ESEC)를 거치면서 구체적인 현실로 다듬었다. 파졸리니와 헤어초크의 에너지, 뤽 베송의 장악력을 선망하던 그의 영화 사랑은 유별나고 지독했다. 3년 전 인터뷰에서 “영화에 영향을 줄까봐 결혼도 안 하고 있다”고 고백했을 정도. 그렇게 고지식하던 열혈 영화청년은 그 사이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그 안의 자신감과 균형감이 ‘(영화와 사생활 둘 다) 할 수 있다’며 등을 떠밀었을때, 첫 장편의 연출 기회도 성큼 다가와 있었다.

유상곤 감독은 독립단편영화계의 스타이자 작가다. 그처럼 다양한 작품을 일정한 수준으로 꾸준하게 만들고, 또 호평을 받은 감독은 흔치 않다. <길목>으로 프리부르 국제영화제에서 단편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그는 매번 다른 장르와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여왔지만, 장애인 딸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가다가 소나기를 만난 노인의 회한(<체온>)을 그릴 때도, 무료한 여정에 슈퍼맨을 만나는 꼬마의 판타지(<이른 여름, 슈퍼맨>)를 선보일 때도, 아가씨와 이웃 아줌마가 대중탕에서 나눈 연대감(<사자성어> 중 BODY편)을 보여줄 때도, 조용하고 따스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심령스릴러’ <페이스>를 장편 데뷔작으로 골라 잡은 것은 의외의 선택인 듯 보이지만, 유상곤 감독은 “맥락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장르가 중요한 것 같지 않다”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Behind Story

유상곤 감독에 따르면, <페이스>는 스릴러의 바탕 위에 호러와 멜로가 덧입혀진 영화다. “흔히 호러나 심령스릴러라고 하면 귀신을 연상하는데, 그런 기대나 예상을 배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짜임새 있게 여러 장르를 혼합하고, 논리적으로도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도록 연출해나갈 생각이다.” 두개골 위에 인공 피부를 입혀 신원을 조회하는 복안 전문가가 등장하는 만큼 법의학의 전문적 지식과 이를 시각화할 수 있는 촬영, 미술 기법도 동원해야 한다. 이에 대한 유상곤 감독의 구상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을 유도한다는 것. 컴퓨터그래픽과 특수분장은 덩어리로서의 극의 감정과 리듬, 밸런스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활용할 생각이다. 색감 역시 기존 공포물이 선호하는 청색에서 탈피, 옐로와 레드 등으로 풍성하게 꾸미면서 이질적인 공포감을 선사할 계획이다.

<페이스>는 유상곤 감독의 오리지널 아이템은 아니지만, 1년 전에 연출권을 넘겨받아 스탭들과 함께 다듬어온 작품. 제작사 여건상 사장될 뻔했던 <페이스>는 작품에 강한 애착을 가졌던 주연배우 신현준이 평소 친분이 있던 태원엔터테인먼트로 시나리오를 가져와 소생시켰다. 유상곤 감독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전체 스토리를 끌고 가는 인물이니만큼 노련한 배우가 적역이었던 남자주인공 역의 신현준이나 그와 로맨스를 만들어갈 여주인공 송윤아의 캐스팅이 “역할에 너무 딱이라 역효과가 날까봐 걱정”일 만큼 흡족스럽다고 한다. 지난 5월 말 부산에서 크랭크인해 촬영 중이며, 추석 무렵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 박은영 cinepark@hani.co.kr·사진제공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출연 |

신현준, 송윤아

개봉예정 |

추석

S t o r y

특수 약품으로 피부를 녹여 두개골만 남겨두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복안(유골 위에 인공 피부를 씌워 생전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신원조회 방식) 전문가 현민(신현준)은 네 번째 두개골의 복안을 앞두고, 심장이식수술 후유증을 앓는 딸 진이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 이상한 굉음을 듣는 등의 환청에 시달리던 현민 앞에 신입 연구원 선영(송윤아)이 찾아와 복안 작업에 도움을 구한다.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 즉 두개골의 주인들이 장기밀매의 희생자였음이 밝혀지는 가운데, 진이의 심장 기증자이자 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피해자인 다섯 번째 두개골이 사라지고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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