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시나리오 공모전도 예전에 비하면 참 많이 생겼다. 전에는 영화진흥위원회 극영화 시나리오 공모전(구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뿐이었지만, 지금은 세분화되어 영화진흥위원회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공모전도 생겼고, <씨네21>과 배우 한석규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을 비롯하여 방송사까지 합치면 10여개의 공모전이 정기적으로 매년 주최된다. 여기에 비정기적인 시나리오 공모전까지 합친다면 한달에 한번꼴로 공모전이 있게 된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운이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특히 공모전에서 3명 뽑는데 4등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의 실력차이는 조족지혈(새발의 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전은 당선했던 사람이 재차 당선되는 결과를 낳는데 이는 실력차의 문제가 아니라 요령의 문제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안타깝게 고배의 잔을 마신 분들이나 작가지망생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장르의 특성과 차이를 먼저 알고 글을 써야 한다. 이것이 영화로서 괜찮은 소재인지 아니면 TV드라마로서 적합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특히, 작가지망생들은 가장 영화적인 것과 드라마적인 것을 확실히 구분해서 써야지 어중간하게 써서는 당선되기 힘들다.
둘째, 공모전 당선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탁월한 소재의 개발이다. 보편적 소재의 경우, 섬세하거나 생활적인 내용일 경우 일반적인 해석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해석이나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셋째, 반드시 영상화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요즘의 경향은 크게 돈 안 들이면서 크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특히나 제작자나 기획자들은 무엇보다 컨셉을 판단의 중심에 놓는다. 이 시나리오를 영화화했을 때 내가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 작품의 완성도가 컨셉에 비해 떨어진다는 판단이 서면 기성작가에게 각색을 맡기겠다는 구체적인 생각까지 하고서 작품을 뽑게 되는 경우도 있다.
넷째, 상상의 나래를 펼쳐라.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을 모색하고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평범한 내용을 새롭게 포장하고 시나리오 편집과정에서 순서를 바꿔보거나 머릿속으로 이미지들을 찍어서 이야기들을 붙여보라. 처음에 포기 못했던 부분들이 새로운 스타일로 변형되어 다가올 것이다.
다섯째, 당시의 사회분위기나 전체적인 트렌드가 뭘까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민감해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알아야 이 시대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소재를 피할 수 있다. 이는 아무리 잘 써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고, 시나리오는 극장에 걸리기까지 일러야 1년의 시간이 흐른 뒤이다. 시대의 요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의 핵심을 말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불필요한 단어와 장면은 과감히 생략하라!”
작가지망생 여러분들의 건투와 건승을 빕니다. 김해곤/ <파이란> <블루> 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