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개막을 앞두고 대종상 영화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영화인과 영화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종상영화제의 시작은 1959년 '국산영화 보호육성 계획'의 일환으로 열린 우수국산영화 시상제도였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62년 대종상영화제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이후 외화 수입쿼터 특혜와 포상 등을 통해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는 흥행 기여도가 낮아지고 각종 특혜도 줄어드는 등 인기가 떨어져왔고, 수상을 둘러싼 끊임없는 추문과 의혹 속에 신뢰도까지 치명적이라고 할 만큼 큰 타격을 입었다. 금품로비설, 운영미숙과 영화계 내부의 신구파 갈등, 나눠먹기식 관행 등으로 영화팬들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에 이른 것.
올해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과거의 영광 재현'을 내걸고 영화제 쇄신에 나섰다. 그 중 하나가 40년 영화제 역사에서 처음으로 일반인 심사위원단을 구성한 것. 후보작 선정을 위해 지난 달 26일부터 11일간 열린 예비심사에는 100명의 일반인들이 참가했다. 영화제 측은 인터넷을 통해 참가한 800여명의 신청자 중 무작위로 일반인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또 본선 심사과정의 부문별 점수표를 인터넷으로 공개할 예정이며 대종상 백서를 발간해 회의록을 일반인이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본선 심사위원도 감독 겸 제작자들을 제외시켜 구성하는 것 역시 심사과정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외형적으로 시상식으로만 열리던 영화제를 후보작 상영과 영화음악회, 포스터 전시회 등 부대행사와 함께 하는 영화 축제로 일반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제 측의 노력에 우려의 시선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선 올초 영화제 측이 일반인을 예심뿐 아니라 본심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한발짝 물러서 예심에만 참가시켰다. 지난해 모 방송사가 신설한 영화제에 일반인 500여명이 본심에 참여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영화제 신우철 집행위원장은 "일반인을 심사위원에 참여시키는 첫번째 시도인 만큼 본심에 참여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0개 부문에 걸쳐 다섯 명씩의 후보작을 발표했다. 영화제 측은 "일반인 심사위원의 의견을 50% 가량 반영했다"며 "밀실에서 이뤄지던 기존의 심사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선 진출작 중 흥행과 작품성에서 공히 좋지 않은 반응을 얻은 작품도 포함돼 있다"는 불만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 예심 과정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심사의 신뢰성 문제를 앓아왔던 영화제에 득이 될 리는 없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종상영화제가 달라진 심사 제도로 얼마 만큼 '분위기 전환'을 이뤄 낼 수 있을지는 심사 과정이 얼마나 투명한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종상영화제는 12일 오후 6시 개막하며 시상식은 20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