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고향에서 온 음악
이국의 밤을 상상하게 만드는 음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에서 있었던 공연 실황을 녹음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고, 처음 들어보는 곡들이 청자를 감상에 젖게 하는 품새가 타지에서 맛보는 향수의 체취를 닮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Cape Town Revisited>는 압둘라 이브라힘과 그의 트리오 멤버들인 마커스 맥로린(바스), 조지 그레이(드럼), 그리고 게스트 페야 파쿠(트럼펫)가 참여한 1997년 11월13일 남아프리카의 케이프 타운 스피어 에스테이트 공연 실황을 담은 음반이다.
트리오의 리더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압둘라 이브라힘은 1934년 남아프리카 케이프 타운에서 태어났다. 달라 브랜드라는 본명을 가진 그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된 것은 1962년 결성한 달라 브랜드 트리오의 유럽 투어 중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을 만나면서부터.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브라힘의 연주를 들은 듀크 엘링턴이 협연을 제의했고, 그뒤 유럽무대에 그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 이슬람 신자가 된 그는 이름을 달라 브랜드에서 압둘라 이브라힘으로 바꾸었다. 그는 클레르 드니 감독의 <쇼콜라>(1988)와 <노 피어, 노 다이>(1990)의 영화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첫곡 <Damara Blue>는 서정적인 피아노가 바스, 드럼과 곡을 직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점점 리듬이 빨라지면서 <Someday Soon Sweet Samba>에 이르면, 함께 발을 구르며 음악을 체험하기를 재촉하는 피아노의 리듬이 흥겹게 이어진다. 그리고 (기타연주처럼 날렵한) 맥로린의 바스가 솔로를, 다시 이브라힘의 피아노가 새 모이 쪼듯 바스를 파고들어와 다시 풍성한 리듬으로 발전시킨다. <Cape Town to Congo Square(1st Movement)>에서는 드럼이 부드럽게 곡을 시작하고, 이끌고 나간다. 그리고 드럼과 피아노는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때로는 속삭이고 때로는 수다를 장황하게 떤다. 흥겨운 대화에 바스도 끼어들고 나면, 이 곡은 세 악기의 솔로와 협주가 끝없이 이어지는 만찬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공연에서 모든 곡은 이전 곡의 변주이며, 다음 곡의 전주이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교향곡처럼 기승전결 구도로 리듬감 있게 구성되었으며, 이중 가장 중요한 <Cape Town to Congo Square>는 세번에 걸쳐(아니, 세 가지 방식으로)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그렇게 전반이 끝나면 페야 파쿠의 트럼펫이 톡 쏘는 맛을 첨가한다.
그 흔한 스탠더드 넘버 하나 없다. 사실 압둘라 이브라힘이라는 이름도 낯설기 그지없고, 곡 제목들만 봐서는 무엇을 듣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아프리카의 민속적 색깔을 유지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이브라힘의 국경없는 음악성이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보컬도 민속악기도 없이, 아프리카의 토속성을 표현해내는 것. “사람들을 압둘라 이브라힘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를 숭배한다”는 영국 <가디언>의 극찬이나 “나는 그의 이름이 실린 레코딩이면 무엇이든 매료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고백한 팻 메스니의 말에 조금도 과장이 없음을, 압둘라 이브라힘 트리오는 음악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굿 인터내셔널 발매) 이다혜 ariad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