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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다친 사람 없지?<태극기 휘날리며> 촬영현장
이영진 2003-06-04

반응은 대조적이었다. 1천kW 조명기를 단 대형 크레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지반이 붕괴됐다는 제작진의 설명이 나오자 촬영장을 찾은 취재진은 한숨을 거푸 내쉬었다. 세팅하는 데 이미 2시간 가까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관광상품에 비해 3배나 비싼 돈을 들여 촬영장을 찾은 400여명의 일본인 관광객은 원빈과 장동건을 실제로 보았다는 흥분을 아직 가라앉히지 못한 듯 미소와 박수로 제작진을 격려했다.

5월23일, 경주 시내에서 20분가량 떨어진 도투락목장. <태극기 휘날리며>의 53회차 촬영은 오랜 예열 시간을 요구하고 있었다. 현장이 긴장을 머금은 것은 그로부터 30여분 뒤.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언덕 뒤편에 거대한 조명기가 다시 위용을 드러내자 출연진 120여명의 그림자도 부산하게 움직인다. “개인 총기 확인하고”, “화염병은 내가 ‘액션’ 하면 5초 있다 던지는 거야. 알았지”. 폭파장면이라 NG가 나면 곤란한 상황이다. 강제규 감독의 여유만만한 경상도 사투리에도 다소 초조함이 묻어난다. 이날 촬영은 낙동강 방어전투 상황. 수훈을 세우면 동생 진석(원빈)을 집으로 돌려보내주겠다는 상관의 약속을 받아낸 형 진태(장동건)가 무리하게 기습작전을 감행하는 장면이다.

레디, 액션! 체크를 마친 강 감독의 지시와 함께 취재진의 카메라를 덮치는 서너번의 검붉은 화염. 카메라가 시선을 거두자, 제작진은 관광객의 박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친 사람 없냐”는 안부를 묻기에 바쁘다. 한국전쟁에 휘말린 형제의 갈등을 뒤쫓는 <태극기 휘날리며>는 현재 4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제 한숨 돌릴 만도 하지만 강 감독은 “평양 시가전, 두밀령 전투 등 큰 전쟁장면들이 남았다”며 “장마가 우릴 피해가야 하는데”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140억원에 달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9월까지 촬영을 마친 다음, 내년 설에 개봉할 예정. 경주=사진 이혜정·글 이영진

♣ 촬영 종료와 함께 모니터 앞에 선 강제규(왼쪽) 감독과 장동건. 촬영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 일본 기자가 전후세대여서 겪는 어려움은 없냐고 묻자 장동건은 “물론 있다. 하지만 부모님이 실향민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전쟁에 대해 많이 들었다”고 진지하게 답변.(사진 왼쪽) ♣ 전투 신을 찍을 때면 현장은 초긴장상태이다. 총기와 폭약사용이 많은 날은 특히 모든 스탭들이 예민해진다. 오늘도 무사히 촬영을 마치기를 기도한다.(사진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