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납치했다 제작비 74억
중무장한 강기택(박상민) 일행이 지하철을 납치해 승객들을 인질로 잡는다. 전원을 끊으면 터지는 폭탄을 장치해 지하철을 세우지 못하게 하고 달리다. 5공시절 국가정부보 요원이었던 강기택은 반정부 인사 납치와 암살 등 비밀공작을 수행하다가 민주화가 되면서 축출된, 이를테면 국가가 쓰고 버린 인물이다. 중부경찰서 형사 장도준(김석훈)이 지하철에 타고서 강기택과 맞선다.
제작비 74억원에, 촬영 8개월, 후반작업 7개월을 거쳐 내놓은 <튜브>의 지하철 액션과 대규모 폭발장면은 지난해 나온 일련의 한국 블록버스터급 영화보다 훨씬 발전했다. 달리는 지하철이 야기할 여러 사고를 막기 위한 지하철 통제실 요원들의 노력을 함께 배치하는, 재난영화 같은 구성도 신선하다. 그러나 <튜브>는 중요한 인물의 감정을 이야기와 함께 상승시키는 게 아니라 미리부터 정해놓는다. 장도준이 강기택에게 적개심을 갖는 건 그의 전 애인이 강기택의 범행으로 숨졌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로 인해 둘은 물리적 충돌 외에 서로 할 게 없어진다.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극적인 장면 연출이 많지만, 관객 감정의 리듬을 타기보다 정해놓은 감정으로 관객을 끌고오려 하기 때문에 호소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펙타클과 이야기의 조화라는 점에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 백운학.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