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드렁크 러브>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천박한 청년 희극배우와 가장 겁없이 거창하게 나오는 청년 감독을 한데 엮었다. 인생 어디에선가 성장이 멎어버린 듯한 인간이 전문적인 앙팡테리블을 만난 것이다. 이 아방가르드한 스튜디오 제품- 정식 개봉도 하기 전에 뉴욕영화제에서 두번이나 상영됐다- 은 거침없이 야심만만한 폴 토머스 앤더슨이 만들어놓은 컨셉 안에서 속물 애덤 샌들러가 다른 배역 아닌 애덤 샌들러 바로 그 자신을 연기하는 영화다.

게다가 영화는 심지어 로맨틱코미디다. 앤더슨의 전작 세편(<리노의 도박사>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은 모두, 패배자들이 모인 대합실 같은 특징적인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여기에 몇 줄기 햇살을 드리우게 하려고 시도는 하지만 그것 역시 여전히 어둡다. 샌 페르난도 밸리의 삭막하도록 광대한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 <펀치 드렁크 러브>는 세심히 연구된 동작개그, 반복되는 운명주의적 주문(呪文), 그리고 시무룩하고 우울한 주인공 등을 내세우는, 본질적으로 비관적인 영화다. 조심스레 정교하게 짜인 오프닝 시퀀스는 텅 빈 창고 속 책상에 앉아 전화통을 붙잡고 일하고 있는 샌들러의 배리 이건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깔아넣는다. 그의 수수께끼 같은 사업은 건물 밖 거리의 황당함에 의해 보완되는데, 바로 그 거리에서 그는 여주인공 에밀리 왓슨을 만나게 된다.

배관공급업자로서 사랑에 불운하고 일곱명의 대단한 누이들 사이에 낀 배리는 언뜻 보기에는 온순한 것 같지만 숨은 절망이 한순간 욱 하며 분노로 표출되기도 하는 인물이다. 일례로 그는 가족모임에서 갑자기 광포해지며 한 누이의 사진액자 유리를 부숴버리기도 한다. 배리는 아무런 깊이가 없는 인간일 뿐 아니라, 그의 순하고 밋밋한 외모는 무의식적인 욕망을 담아두는 그릇일 따름이다(그의 대사 중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은 “잘 몰라요”다).

비록 <펀치 드렁크 러브>가 애덤 샌들러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영화임에는 틀림없으나, 앤더슨의 즉각적인 영감은 3천달러어치 푸딩을 사먹고 쿠폰을 모아 항공마일리지를 얻었다는 캘리포니아 출신 행정사무원에게서 얻은 것이다. 하지만 이 푸딩사건은 배리라는 유일무이하고 거의 자폐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는 <매그놀리아>의 인물들만큼이나 감정적으로 소외된 사람인 것이다.

정말, 늘 그 자리에 있는 성스런 괴물처럼, 샌들러는 영화 내에서 소외돼 있을 뿐 아니라 영화 자체로부터도 소외된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비전문 배우들과 훌륭한 조연으로 가득하고 앤더슨은 배우들의 연기를 끌어내고 지도하는 데 천부적 재능을 지난 감독이지만, 샌들러는 폰섹스 시퀀스 등에서 솔로로서 대단히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데 반해 감독의 지시에 대해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관객의 기대를 사랑스럽게 무시해버린다. <존 말코비치 되기>나 <로얄 테넌바움> 등의 다른 기이한 코미디들에 비해 앤더슨의 코미디는 좀더 엄격하며 덜 문학적이다. 그리고 밑에 깔린 고전주의는 때로 앨버트 브룩스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브룩스가 훨씬 더 웃기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앤더슨은 정말로 웃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마틴 스코시즈나 로버트 알트먼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의 분석적 스타일은 <리노의 도박사> 시절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회귀적인 악절을 반복해 연주 하고 있는 것이다(그 밸리지역 아파트들의 속성에 관한 사랑스런 묘사도 원뿌리는 전작들에 닿아 있다). <매그놀리아>가 의도적으로 과잉의 길을 택한 것과 마찬가지로, <펀치 드렁크 러브>는 괴팍할 정도로 은근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 대담한 하이컨셉은 딱 거기까지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거기서 멈춘다(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려면 전작들에 따른 기대수준을 좀 낮추고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다른 작품들에서 종종 그러는 것처럼 우아한 만듦새를 보이기도 하지만, 앤더슨의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각본이라는 족쇄를 차고 달리다가 결국 넘어져 절뚝거리는 조랑말이라고 하겠다. 짐 호버먼/ 영화평론가·<빌리지 보이스>

* (<빌리지 보이스> 2002.10. 2. 짐 호버먼은 미국 영화평단에서 대안영화의 옹호자로 가장 명망이 높은 평론가로 <빌리지 보이스>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씨네21>과 <빌리지 보이스>는 기사교류 관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