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1897년, 1899년" 한반도에 한국영화가 전래된 시기를 놓고 영화 학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영화 전래 시기는 1903년 6월 말. 이달 24일자 황성신문에는 "동문내(東門內) 전기회사 기계창"에서 "대한(大韓)급(及)구미(毆美)"에 대한 "활동사진을 시술(施術)"하겠다는 광고가 나와 있다. 각 영화단체들이 올해를 한국영화 전래 100주년으로 삼고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여기에 기준을 둔 것.
한편,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 지난해 여름 출간한 책 <우리 영화 100년>에서 "최소한 1897년 10월10일 이전에 한반도에서 영화가 상영됐다는 기록을 찾아냈다"는 주장을 폈다.
김씨가 내세우는 자료는 1897년 10월 19일자 영국 런던타임스에 난 기사. 김씨는 기사의 원본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에스터 하우스가 1897년 10월 상순경 조선의 북촌 진고개의 어느 허름한 중국인 바라크 한 개를 3일 간 빌려 와사등사(瓦斯燈寫ㆍ가스를 사용한 등사)했는데 프랑스 파테 회사의 단편들과 실사 등이 전부였다"는 기사의 내용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 기사는 객원 기자 에스터 하우스가 작성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명대 조희문 교수가 김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조교수는 30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릴 한국영화사학회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발표되는 '최근 한국영화사 연구경향에 대한 비판적 평가'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기사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김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제문에 조교수는 "김씨가 인용한 1897년 당시 '런던 타임즈'라는 제호의 신문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아스터 하우스'는 인명이 아니라 1900년대 초반 서울에 세워진 서양식 호텔의 이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교수는 미국인 여행가 엘리어스 버튼 홈스가 1899년 한국을 여행했을 때 고종황제를 비롯한 황실 인사들 앞에서 영화를 상영한 것이 최초의 상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에스터 하우스가 건물이라는 사료도 있지만 사람 이름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도 많다"며 "기사의 원본은 현재 준비 중인 <우리영화 100년>의 개정판에서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