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인디포럼 2003` 영화의 본질을 되묻다
2003-05-30

6월 8일까지 국내 52편·해외 19편 상영

지난해 ‘꽃순이 칼을 들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독립영화 내부를 진지하게 성찰했던 인디포럼이 다시 영화의 본질을 묻는 작업을 시작한다. 31일부터 6월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인디포럼 2003에서 상영될 71편(국내작품 52편, 해외초청 19편)의 작품을 통해서다. 한가지, 인디포럼은 축제인 동시에 포럼이다. 말 그대로 공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험성 강하고 난해한 작품들이 적잖다.

개막작은 <위상동형에 관한 연구>(김동명 연출)다. 영국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 ‘침대 위 세 형상들에 관한 연구’를 모티브로 영화의 세가지 시공간을 비춰나가며 존재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즐기기엔 쉽지 않지만 이런 작품을 개막작으로 하는 것 또한 인디포럼의 패기이며 매력이다. 폐막작은 100피트의 필름 15롤을 가지고 15명에게 15번 묻는 독특한 영화 <당신은 누구십니까>(김기진·정찬철 연출)이다.

독립영화의 큰 화두인 ‘일상’에 관한 작품은 여전하다. 얼마 전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하 연출)에서 불법운전면허 학원의 추레한 사장과 깡마른 여직원의 사랑은 전혀 화끈하지 않다. 입밖으로 내는 사랑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후줄근한 사랑은 나른한 울림을 준다. 오랜 친구였지만 이성적으론 끌리지 않았던 두 남녀의 하룻밤을 통해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선재네 집에서 하룻밤>(함영준 연출), 앙상한 남녀관계가 풍경처럼 다가오는 <단순한 열정>(이진우 연출) 등도 눈길을 끈다.

멋대로 장르를 뒤흔드는 영화들도 있다. 김구 선생의 안경에서 출발하여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후쿠자와 유키치, 구텐베르그, 헤겔, 그리고 정약용에 이르는 황당한 이야기를 경쾌하게 펼쳐놓는 <제목없는 이야기>(김진곤 연출), 버릇없는 30대 중반 K씨의 내레이션과 주관적 시점으로 현대인의 강박증을 묘사한 <미안합니다>(박명랑 연출) 등이 그렇다. 다큐멘터리 부분은 이미 다른 영화제에서도 관심 속에 상영됐던 <나와 부엉이>(박경태 연출) <거북이 시스터즈>(여성영상집단 움) 등을 포함해 모두 13편이 상영되며, <지옥>(연상호 연출) 등 9편의 애니메이션과 일본의 실험영화 그룹 FMIC·일본 야마가타플러스 영화제의 다큐·캐나다 온타리오의 실험영화제 미디어시티의 작품 등도 초청된다.

인디포럼 2003의 슬로건은 ‘산점(散点)-미학선언1. 의미의 비종속성’이다. 산점은 초점의 상대어로, 사물의 다양한 측면을 관찰한 뒤 통합해 하나의 화폭에 그린다는 뜻이다. 오늘, 독립영화인들은 작가의 사유가 현실의 다양한 결을 보여줄 수 있고 관객 또한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상상과 해석을 해야 함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indieforum.co.kr, (02)533-3316.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