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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빨간약을 먹은 걸까?
2003-05-27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휘젓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가 청소년 등에게 모방범죄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ABC>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버지니아주의 19살 청년이 부모를 살해했는데, 당시 그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입었던 검정색 가죽코트 차림이었으며 영화 소품과 유사한 총을 사용했다. 그는 법정에서도 자신이 이 영화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진술했다. 변호사 또한 그가 <매트릭스> 포스터를 방에 붙여놓고 영화 속에 사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양아버지와 자동차를 타고 워싱턴 일대를 돌면서 10명의 무고한 시민을 연쇄 저격살해한 18살의 리 말보 역시 <매트릭스>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현재 수감 중인 그의 감방 벽엔 “네 마음을 자유케 하라. 넌 매트릭스의 노예다. 매트릭스에서 너 자신을 구원하라”고 쓰여진 메모가 붙어 있다고 한다.

영화 속 폭력이 현실의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매트릭스>의 경우 영향력이 유별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위스콘신대학의 한 박사는 “다른 폭력영화들과 다르게 <매트릭스>에서 영향을 받아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은 좀더 구체적으로 영화에 대해 언급한다”며 이 영화가 현실과 가상을 혼동케 하는 힘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제작자 조엘 실버는 5월19일 런던의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와 범죄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영화는 가상일 뿐이다.” 박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