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면서도 독특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일본풍이 아니어서 좋다. 애니가 예술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찬사 일색은 아니지만 지난 1일 개봉한 <오세암>은 시사회 관객들이나 언론ㆍ 평단에서 적지 않은 호평을 받았다.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을 기다리던 팬들이나 업계 관계자들이 이 영화에 많은 기대를 보낸 것은 이 때문. 하지만, 개봉 20일을 조금 넘긴 23일까지 영화는 전국 10만 명을 미처 채우지 못한 채 간판을 내릴 위기에 처해 있다. 재미가 떨어져서? 혹은 작품성이 부족해서? 하지만, 애니메이션 업계를 비롯한 영화인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 영화의 제작사 마고21의 이정호 대표도 마찬가지.
"애니메이션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신생 산업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유아기인 셈이죠. 걸음마하는 아이에게 어른의 잣대를 내밀어서야 되겠습니까?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육성해야합니다."
그가 애니메이션 육성책을 주장하는 것은 "애니메이션이 관객들의 평가를 제대로 받아볼 기회도 없을 정도로 왜곡돼 있는 시장 상황 때문"이다. "첫주 서울 개봉관 16개 중 절반 가량은 오전이나 1,3,5회만 상영되는 식의 교차상영이었어요. 퇴근 후 영화를 관람하는 직장인들이나 상영횟수를 확인하지 않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상황은 점점 악화돼 교차상영을 요구하는 극장은 계속 늘었고 결국 개봉 2주 째 주말(17-18일)에는 상영관도 서울에 한 개밖에 남지 못하게 됐다.
그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감독들과 제작사, 영화 단체들은 21일 배급이나 상영 차원에서 정부의 국산애니메이션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그 방안으로 이들이 주장한 것은 스크린쿼터제도내 창작애니메이션 인센티브 적용이나 애니메이션 전용관 설립, 그리고 교차 상영의 제도적 개선 등.
그는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세계 영화제에서 이미 높은 수준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극장가에서는 아직 찬밥 신세"라며 "관객들이 국산 애니메이션의 개성을 감상할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암>을 살리자는 논의는 인터넷에서도 활발하다. 국내 애니메이션을 지지하는 인터넷 동호회 '한국 애니메이션 서포터즈 모임'은 지난 9일부터 이 단체의 홈페이지(http://zzaru.net/~kaf)를 통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화의 조기종영을 반대하고 재상영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명운동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23일 오전까지 약 2천450명이다.
이대표가 만들고 싶어하는 애니메이션은 "서정적이고 휴머니즘이 들어있는 애니메이션". 2001년 SBS에서 방영된 TV용 애니 <하얀마음 백구>나 <오세암>이나 그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볼 수 있는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세암> 같은 영화는 남들이 만들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한 영화입니다. 앞으로 휴머니티는 절대 버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마고 21은 허영만의 만화 <각시탈>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차기작으로 기획 중이다. (서울=연합뉴스)